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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우디가 살아온다면

박찬호 기자 | 기사입력 2019/04/09 [08:15]

기자수첩] 가우디가 살아온다면

박찬호 기자 | 입력 : 2019/04/09 [08:15]

 

©국토매일 박찬호

 

[국토매일] “가우디의 독창적인 건축물을 보면서 자란 바르셀로나의 아이들과 성냥갑 같은 건물만 보고 자란 우리 아이들은 상상력, 창의력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서울시가 최근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공화국을 탈피하기 위한 도시건축 혁신안 계획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민간의 획일적이고 창의성 없는 디자인으로 탄생한 아파트가 도시경관을 고리타분하게 한다며 공공이 길라잡이 역할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희선 행정2부시장이 거론한 가우디는 최대의 걸작도 지으면서도 무허가 건축물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제약 때문이다.

 

가우디 성당으로도 불리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건축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당시 건축 허가를 받지 못해 무허가 건축물이었고 466억원이라는 벌금을 냈다.

 

서울시가 재건축 심의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사전기획부터 참여한다는 게 이유지만 만약 가우디가 건물을 설계할 때 바르셀로나시가 처음부터 이래라저래라했다면 지금의 명작이 지어졌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울의 성냥갑아파트는 1970년대 후반 주택건설촉진법이 제정되면서 건축물의 배치와 높이, 건폐율·용적률 등 각종 제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1980년대부터 인구를 소화하지 못해 심각한 주택난에 직면하면서 아파트 개발사업이 추진됐다. 수많은 제약에서 사람들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공공이 정해놓은 틀 안에서 효율성을 찾고 살아갈 방범을 찾아 탄생한 게 성냥갑 아파트일 것이다. 땅은 한정돼 있고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주어진 건축 면적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사각형 형태의 설계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서울시의 규제 개선이다. 정부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도입으로 공개공지와 녹색건축물 등을 유도했지만 이번 서울시 혁신안으로 재건축 사업에 개입하겠다는 의미로 비춰진다. 각종 규제로 재건축에 대한 사업을 옥죄면서 민간의 창의성 없는 설계를 탓하고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개방된 아파트와 창의성 있는 건축물, 아파트를 설계하고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다. 또한 시끄러운 소음과 노후 된 도시 인프라를 개선해 담벼락 안으로 숨는 단지들이 스스로 벽을 허물게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도시계획 혁명이라는 이유로 사전 공공기획부터 민간을 간섭하려 하기 전에 규제 완화와 유도로 건축가의 창의성을 반영해 줘야한다.

 

가우디가 살아온다면 서울시의 과도한 공공의 개입으로 주민과 건축가의 창의성이 아닌 서울시만의 창의적(?)인 도시로 탄생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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