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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참전용사 고 윌리엄 스피크먼, 자신이 지킨 땅에 잠들다

백지선 기자 | 기사입력 2019/02/15 [13:42]

6·25전쟁 참전용사 고 윌리엄 스피크먼, 자신이 지킨 땅에 잠들다

백지선 기자 | 입력 : 2019/02/15 [13:42]
    참전용사 윌리엄 스피크먼

[국토매일] 6·25전쟁에 참전한 영국 유엔참전용사로, 한국과 영국에서 최고의 무공훈장을 받은 고 윌리엄 스피크먼씨의 유해가 대한민국에 안장된다.

국가보훈처는 “6·25전쟁 유엔참전용사인 고 윌리엄 스피크먼 유해봉환식과 안장식이 오는 18일과 19일 각각 인천국제공항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개최된다.”라고 15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6·25전쟁영웅으로 불렸던 고인의 부산 유엔기념공원 안장과 관련해 지난 1월 3일 “안장식 준비와 유가족 체류 일정에 소홀함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써달라”라고 국가보훈처에 주문, 이에 보훈처는 유해봉환과 안장식, 유가족 방한 일정 등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스피크먼씨의 유해는 18일 오후 4시 5분 경 아들, 딸 등 유족 4명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5시에 유해봉환식을 진행한다.

유해 봉환식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국가보훈처장 주관으로 주한영국대사를 비롯한 대사관 관계자와 스피크먼씨 유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방부 의장대가 함께 하는 품격 있는 의식으로 진행되며, 유가족들이 참석하는 별도의 기자회견도 마련된다.

유해봉환식 후엔 서울현충원 봉안당에 임시 안치된 후 19일 오후 2시, 유엔참전용사들이 잠들어 있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안장식에는 스피크먼씨 유족과 국가보훈처, 주한영국대사관 관계자, 유엔사 관계자, 참전용사 등 60여 명이 참석한다.

국가보훈처는 “이번 유해봉환식과 안장식은 사망 후 자신이 싸워 지켜낸 한국 땅에 묻히고 싶어 한 고인의 뜻을 받들어 진행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유엔참전용사의 부산 유엔기념공원 사후 개별안장은 스피크먼씨가 7번째 이다.

지난 2015년 5월 프랑스 참전용사 레몽 베르나르씨 안장식이 처음 개최된 후 영국 참전용사 로버트 맥카터씨, 미국 참전용사 버나드 제임스 델라헌티씨, 네덜란드 참전용사 니콜라스 프란스 웨셀씨, 프랑스 참전용사 앙드레 벨라발씨, 네덜란드 참전용사 요한 테오도르 알데베렐트씨 총 6번이 진행됐다.

스피크먼씨는 6.25전쟁 당시 근위 스코틀랜드 수비대 1연대 소속으로 참전했다.

1951년 11월 4일 새벽 4시 임진강 지역의 마량산전투에서 적의 강력한 공격으로 많은 병사들이 부상을 입는 등 육탄전이 계속되자 스피크먼씨는 6명의 병사들을 소집했다. 스피크먼씨와 병사들은 적진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며 공격을 감행, 이 과정에서 스피크먼씨도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

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부대원들이 모두 철수할 때까지 4시간이 넘게 공격을 지속함으로써, 많은 전우들이 후방으로 안전하게 후퇴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스피크먼씨는 이날 전투에서의 부상으로 1952년 1월 영국으로 귀국, 뛰어난 리더십과 용맹함, 희생정신을 인정받아 1952년 2월 27일 버킹엄 궁전에서 영연방 최고 무공훈장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이후, 스피크먼씨는 한국을 떠난 지 3개월 만인 1952년 4월, 6·25전쟁 재참전을 희망하면서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그해 8월까지 전투를 계속했다.

그는 2015년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재참전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당시 군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국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라면서 “영국 육군은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한국에 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한국과 한국인들을 향해 있었기 때문에 결국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6·25전쟁이 끝난 후 스피크먼씨는 세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특히 2015년 4월, 당시 6·25전쟁에서 빅토리아 십자훈장을 수훈한 유일한 생존자였던 그는 본인이 40여 년 동안 정부기념식 등에 착용했던 십자훈장과 영국정부로부터 받은 기념메달, 해외파병 메달 등 총 10점을 한국정부에 기증했다.

그는 당시 유엔참전용사의 숭고한 희생을 대한민국 국민과 후손들에게 알리고, 본인이 생명을 바쳐 싸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사랑, 애정의 징표로 훈장 등을 기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후 2015년 7월, 7·27 정전협정의 날을 기념해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최고 무공훈장을 수여받기 위해 한국을 다시 방문했다.

2015년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스피크먼씨는 “지금도 또 다시 한국에 전쟁이 발생한다면 기꺼이 와서 한국을 지킬 것이다. 한국은 제2의 고향이고 조국이다”라면서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스피크먼씨 유가족들은 18일 입국해 유해봉환식과 기자회견은 물론 19일 안장식 후에는 유엔평화기념관을 둘러볼 예정이다.

또한, 20일 오전 스피크먼씨가 기증한 훈장 등이 전시된 전쟁기념관을 방문한데 이어, 국가보훈처에서 주관하는 감사위로오찬에 참석하고 오후에는 창덕궁과 인사동을 찾아 한국의 전통과 멋을 체험하는 시간을 갖는다.

21일은 파주에 위치한 영국군 설마리전투 기념공원을 방문한 뒤, 오후에는 스피크먼씨 전적지인 태풍전망대를 방문해 고인을 기릴 계획이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앞으로도 유엔참전용사가 부산 유엔기념공원 안장을 희망할 경우 정부 차원의 의전과 예우를 다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참전용사 재방한 초청사업과 후손 평화캠프, 참전국 현지위로 행사 등을 통해 참전국과의 우정은 물론 참전용사 후손들과의 유대관계도 지속적으로 유지·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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