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태 / 본지 주간] 뛰는 자와 잡겠다는 자… 평당 1억 원대 아파트를 겨냥해 쏟아낸 고강도 규제들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정부는 역대 최저 금리와 급격히 증가하는 유동성자금으로 인해 투기수요가 부동산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며 촘촘한 그물망을 주문했다.
최근 발표한 6.17부동산 대책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강조해온 ‘수요억제’기조의 틀을 총 망라한 21번째 고강도 규제다.
강남의 고가주택을 겨냥한 규제가 수도권 전체로 확산되었고 세종 대전 대구 등 48개 지역을 투기과열과 조정대상(69개 지역)지역으로 확대했다. 규제대상 주택가격도 9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낮추었고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상태로 3억 원이 넘는 집을 사면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
또한 주택 취득 후 2년간 실거주해야 하고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추진단지에서는 2년 이상 실제 거주한 경우에만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 이밖에도 법인주택 세율인상,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강화 등 촘촘한 규제 정책들이 담겨있다.
그동안 쏟아낸 강도 높은 부동산대책들은 오히려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을 평균 9억 원대, 가격 상승만 부추기는 풍선효과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최근 30평대 기준 아파트 분양가격 역시 9억 원대가 기준선이 된지 오래다.
여기에다 대출규제까지 더해져 현금이 없는 서민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고 아파트 1채를 가진 사람도 대출 규제로 갈아타기가 여간 쉽지 않다. 규제에 또 규제로 변질되면서 전국의 주택가격은 풍성효과처럼 번져 집값상승만 부채질했다는 것이 중간평가다.
물론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규제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촘촘한 그물망은 큰 물고기뿐만 아니라 오히려 작은 피라미 물고기까지 걸려들어 본래 취지와 무관하게 희생양이 되기 마련이다.
그 예로 정부는 임대사업자활성화를 위한 장려 정책이 이번에는 반대로 규제정책으로 둔갑했다. 여기에다 2년 간 실거주해야 함에 따라 갭 투자는 불가능해졌지만 이로 인해 전세물량 감소와 전세 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서민들의 순기능인 주택전세 제도가 이번 대책으로 인해 투기꾼으로 몰아버린다면 서민들이 갈 곳을 막아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해 한 전문가는 “매번 ‘수요억제’ 규제만 쏟아내다 보니 큰 물고기는 못 잡고 결과적으로 잔챙이라도 잡겠다는 것 아니냐”며 “주택 ‘공급물량’에 대한 대책이 없어 결국 서민들만 희생량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여기서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어보자.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정치권과 고위공무원들의 행태에서 부동산투기 바람을 잡겠다는 정부의 대책들이 얼마나 실효성 거둘 수 있을까? 라는 의문점을 지울 수 없다.
얼마 전 국민들이 선출한 21대 국회의원들 대부분이 주택을 보유하고 있고 다주택보유자도 수두룩하다. 또 지자체장은 물론 정부부처 고위공직자에 이르기 까지 다주택 보유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술 더 떠 서울시 구청장이 무려 4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부분 서초, 강남, 과천, 송파, 용산 등 주요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특권층들로 즐비하다.
평당 1억 원을 호가하는 집값을 잡겠다는 규제가 자칫 특권층을 위해 진입장벽만 높이는 탑을 쌓기 보다는 물이 새는 곳을 찾아 막아주고 물길이 흐르도록 열어 주는 것이 국민을 위한 규제와 제도의 취지를 살리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