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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노후 상수도관 국민생명 위협… 수질과 배관 청결이 관건

상수도관이 하수도관, 교체만 능사 아냐

박찬호 기자 | 입력 : 2019/11/05 [09:12]

[국토매일-박찬호 기자] 상수도는 먹는 물이나 방화용 등에 쓰이는 물을 계통적으로 대어 주는 설비로 가정에서 필요한 물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화재가 발생했을 때의 소화용과 공업용으로도 사용되어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시설이다. 일반적으로는 수도라고 하며, 하수나 공업용 수도와 구별할 때 상수도라고 한다. 근대식 상수도는 대개 취수→도수→정수→배수→급수의 단계를 거친다. 특히 정수 설비는 상수도 시설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침전 · 여과 · 살균을 하여 수질을 좋게 만든다.


상수도의 물은 강물을 끌어들이는 것이 보통이다. 댐을 만들어서 강물을 막아 저수하고 취수탑에서 끌어들여 펌프로 길어 올려서 정수장으로 보낸다. 정수 설비는 상수도 시설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침전 · 여과 · 살균을 하여 수질을 좋게 만든다. 이렇게 정수된 물은 도로 밑에 설치된 배수관을 통해서 각 가정에 급수된다. 상수도가 그 구실을 다 하려면 수량·수질 · 수압의 세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가정용·공업용·소화용과 그 밖의 여러 곳에도 쓰이므로 많은 물이 공급되어야 한다. 둘째로, 음료수는 끓이지 않고 그대로 마실 수 있어야 하므로 병원균이 없고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들어 있지 않으며, 맑고 맛이 좋아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주지 않도록 물의 질이 좋아야 한다. 셋째로, 수압이 알맞고 전체가 고른 것이 이상적이다. 


이런 우리에 삶에 중요한 먹는 물이 생성되는 상수도가 지난달 서울 시내 상수도관 파열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9월 20일에 서울 중구 순화동 경찰청 앞 사거리에서 대형 상수도관이 파열돼 누수가 발생한 데 이어 25일에는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비슷한 사고가 났다.


이렇게 낭비되는 수돗물이 엄청나다. 최근 5년간 누수량이 1억3200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액으로는 900억 원이 넘는다. 9월 14일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서울시 누수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4년~2018년 누수량은 약 1억3270만여 톤으로 파악됐다. 연간 누수량은 2014년 2900만여 톤에서 2797만여 톤(2015년)으로 증가했고, 2016년에는 2668만여 톤, 이듬해에는 2068만여 톤이었다. 지난해에는 2834만여 톤으로 늘어나 금전적 손실액이 907억3600만 원에 달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집계한 지난해 누수 사고는 8399건, 누수량은 84만 톤이었다. 전체 누수량이 2800만여 톤의 3%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나머지 97%는 원인도 모른 채 땅속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서울시가 관리하는 하수도, 지하철, 도로 등 주요 인프라가 노후화로 인해 지난해만 200억 원 이상의 세금이 땅속으로 사라진 셈이다”고 말했다.

 

▲ 노후 상수도관 정비 전경(서울시)     © 국토매일


전 의원에 따르면 서울 시내 도로시설물 36.9%, 하수도 53.5%, 하천 시설 30.6%, 지하철 시설 36.3%가 건설된 지 30년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빗물펌프장과 수문은 69.1%, 지하철 교량은 67.5%가 지은 지 30년을 넘어 노후 비율이 높았다. 전 의원은 “앞으로 주요 인프라의 노후화는 점점 빨라질 것”이라며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누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노후관 정비, 과학적 누수 탐지, 배수지 건설 등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발표한 ‘2016년 상수도 통계’ 결과에서도 보면 누수로 인해 버려지는 수돗물은 연간 6억8000만 톤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팔당댐 저수용량의 2.8배에 달하고 부산시 연간 수돗물의 사용량의 두 배에 달했다. 연간 7억 톤의 수돗물이 줄줄 새고 있음을 방증하는 데이터로 연간 수돗물 총생산량의 10.6%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누수는 노후화한 상수도관이 주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빈번한 도로 함몰과 지하철 사고, 수질 악화 등의 문제는 장년기에 접어든 서울시의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한 바 있다. 


지하와 지상에 깔린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도시 인프라. 상·하수관, 가스관, 송유관, 전력선, 통신선 등을 비롯해서 도로, 철도, 항만 등 얽히고설켜 있는 수많은 인프라가 도시를 지탱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기반시설(SOC)들은 대부분 1970~80년대 주로 개설된 것들이다.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노후화 예측은 당연하다.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국내 공공 인프라 시설물의 약 10.3%가 이미 30년이 넘은 노후 인프라다. 10년마다 그 비율이 두 배씩 늘어 2036년이 되면 노후 인프라의 비율이 전체의 44.39%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지하 시설물의 노후화는 전문가의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진행된다. 게다가 심각해진 기후변화로 인한 구조물의 노후화도 가속을 높이고 있다. 그 일례가 2011년 7월 28일 서울에 내린 집중호우로 광화문 광장과 강남 일대 침수된 경우다. 당시 시간당 강수량은 107㎜였으나 하수관로는 시간당 75㎜ 정도의 빗물을 처리하는 수준이어서 배수되지 않은 빗물이 광화문 광장과 강남 일대를 물바다로 만들었다. 이영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광화문 광장의 빗물을 청계천변으로 빼줘야 하는데 하수관로가 이를 감당하지 못해 이른바 ‘도시 홍수’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2040년대 서울 기후가 폭우를 동반하는 아열대 기후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시간당 강우량은 2020년 87.1㎜에서 2030년 94.1㎜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지난해 ‘지속 가능한 기반시설 관리 기본법’ 제정에는 이를 반영해 설계기준을 간선의 경우 30년 빈도인 시간당 95㎜로 상향했지만 시간당 100㎜를 넘는 폭우도 잦아진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침수를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인프라 유지·관리 비용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기존에 설계된 시설물 성능을 유지하기 위한 보수 수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제는 계획적으로 성능 개선에도 신경 쓸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2018냔 대구 민촌네거리-무열대 삼거리 노후 상수도관 교체 공사(대구시)     © 국토매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시설물 노후화에 따른 유지·관리비는 2028년이 되면 신규 건설예산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원 관계자는 “노후화된 시설을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향후 5~10년 후에 노후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설물을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노후화 이전 단계의 대응을 병행함으로써 장기적인 예방적 유지·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프라 노후화는 시간에 비례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상황 변화에 따라 갑자기 진행될 수도 있어서 해당 시설물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유사한 상황에 있는 시설물의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맑은 수돗물 공급을 위해 정수시설 개선이나 현대화 사업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최고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가정에 공급되는 수돗물이 중간 단계에 있는 배관이 문제라면 이는 보장할 수 없다.


특히, 지금이야 상수도 옥내 및 공용배관이 스테인리스 재질을 사용하는 등 기기의 현대화로 이러한 문제를 다소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과는 차이가 있다. 1990년대 중후반 이전에는 아파트나 주택에 대부분 녹이 생기는 아연도강관이 사용됐다. 따라서 배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노후화한 아파트나 연립주택, 단독주택 등의 상수도배관은 내부에 녹이 슬어 녹물이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국에 20년 이상 된 낡은 상수도관은 전체 상수도관의 32%인 6만km에 달한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시·서울시 붉은수돗물 발생과 충남 청양 ‘우라늄’ 검출에 대해서 지자체별 신고접수가 각각 다르고, 환경부의 대응도 통일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자료를 통해 이 의원은 “제도상(수도법)의 미비로 수질오염 발생 시 환경부에 즉시 신고하거나 통보하는 제도가 없다”면서 “환경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과 2월, 충남 청양군 정산 정수장에서 우라늄이 기준치 2~3배이상 검출되었는데 환경부가 보고받은 시점은 검출일 이후 두 달 뒤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서 붉은 수돗물이 환경부가 올해 2월 작성한 ‘식·용수 사고’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에 포함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매뉴얼은 상수원의 수질오염 사고나 자연재해, 수도시설 파괴 등으로 급수중단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수질오염이 발생했을 때 지방자치단체가 환경부에 즉시 신고하거나 통보하도록 하는 제도가 없다. 환경부가 수질오염을 관리·감독할 권한이 없고 어떤 조처를 할 수도 없는 구조가 문제다”고 비판했다. 노후 수도관 교체보다 근본적인 실태 조사와 식·용수 사고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6월20일 발생한 문래동 5개 아파트 붉은 수돗물 발생 사건을 계기로 추가경정예산 727억원을 편성해 노후 상수도관 교체 공사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히 노후관 개량사업만으로는 유수율을 높일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노후 수도관 개량사업을 시행했지만 물이 새는 관을 찾아서 교체하는 단순 작업에 그쳤다는 게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투자 대비 효과가 미미하고, 구역개량과 수압관리 실패 등으로 누수가 반복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상수도 관망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과 기술개발, 정부와 지자체의 의식전환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통합 상수관망 시스템 구축을 전국 지자체에 확대할 수 있도록 적절한 예산 확보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구자용 서울시립대 교수는 “신상품을 만들어 판매했을 때 20% 가까운 손실이 발생한다면 생산업체는 단시일 내에 망하게 돼 있다”며 “상수도의 경우 이와 같은 일이 발생했는데도 아직까지 적극적인 개선 의지가 약한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도 영세한 100개 이상의 수도사업자는 유수율이 형편없어 사업자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사업구조 혁신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획기적인 노력과 의식전환 없이 유수율을 높이는 과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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