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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엔지니어가 홀대받는 세상

장병극 기자 | 입력 : 2019/10/24 [13:37]

▲ 장병극 기자     © 국토매일


[국토매일] 한국사회는 유독 엔지니어에 대한 인식이 저평가되어 있고, 온당한 대우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소업체의 기술연구소를 방문하면 가장 먼저 눈의 띄는 것은 간이 침대이다. 굳이 어려움을 토로하지 않더라도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주어진 소임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음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 공간에서 엔지니어와 함께 기자가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는 순간이 부끄러워질 때가 있다. 생존을 위해 엔지니어가 초췌한 표정으로 철도업계의 부조리와 제도적 문제점을 기자에게 호소할 때 그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기사를 온전하게 작성하지 못했다면 마음은 더욱 무거워진다. 길을 잃어버린 지게꾼이 짐을 내려놓지 못한 채 방황하는 느낌이다.


산·학·연·관이 철도산업계의 ‘길’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도록 공론장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 전문지 기자에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럴수록 더욱 많이, 더욱 자주 철도 종사자들을 만나 경청하고 또 경청하게 된다. 취재 차 철도에 종사하는 분들과 만났을 때 항상 “배우러 왔습니다”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에서도 중소기업 엔지니어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개선에 대한 언급은 거론되지 않았다. 온통 조국 전 법무부 장관으로 도배된 국감장에서 매체는 그의 이름이 거론되는 순간만을 포착했다.


한국 철도산업계의 구조상 국토교통부, 철도운영기관 등이 철도기술의 발전과 제도적 지원을 수행할 수 있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발주자-입찰자로서 갑-을 관계를 형성하기 이전에 공공성을 가진 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해야만 한국철도의 미래를 갈음할 수 있다. ‘책임’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멀리서 찾을 이유가 없다. 답은 가까이 있다. 지금 한국 철도산업에 긴요한 것은 ‘엔지니어’의 목소리를 모으는 일이다.


‘갑’이 이끌어 나가는 한국 철도산업의 구조는 분명 문제적이다. ‘을’로 치부되는 수많은 철도 중소기업이 있기에 ‘갑’이 존립할 수 있다. ‘을’에 소속된 엔지니어의 고혈을 쥐어짜 만들어낸 성과는 지속적일 수 없다. 기술의 발전을 만들어가는 동력은 오늘도 고민을 거듭하며 제품을 만들어 나가는 ‘을’로부터 창출된다. 철도산업이라는 ‘나무’를 지탱하는 것은 아름다운 꽃도, 잎사귀도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이다. 철도산업이 그저 매혹적인 꽃과 무성한 잎사귀만 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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