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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철도 안전 강국 도약을 위한 과제

장승엽 (공학박사 / 한국교통대학교 교통대학원 시스템공학과 부교수)

국토매일 | 기사입력 2019/09/09 [15:50]

[기고] 철도 안전 강국 도약을 위한 과제

장승엽 (공학박사 / 한국교통대학교 교통대학원 시스템공학과 부교수)

국토매일 | 입력 : 2019/09/09 [15:50]

▲ 한국교통대학교 장승엽 교수     © 국토매일


[국토매일] 최근 몇 년간 발생했던 크고 작은 철도 사고로 인해 국민들의 철도 안전에 대한 믿음이 크게 낮아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토교통부, 철도시설공단, 철도공사, 그리고 각 지자체 운영기관들도 철도 안전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여 다양한 안전 확보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학계와 산업계에서도 이에 발맞추어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들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참 반갑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생각하면 머리가 조금 복잡해진다. 아무래도 다양한 이해가 얽혀 있기 때문에 말처럼 그리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철도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무엇보다 제도의 확립이 중요하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철도안전법에 기초하여 철도 형식승인 제도를 도입했고 이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기술기준 등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라 완전히 정착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형식승인 대상이 아닌 철도 시설에 대해서도 철도시설공단에서는 별도의 성능검증을 마련해서 시행하고 있다.

 

산업계의 입장에서는 형식승인과 제작자승인, 그리고 성능검증을 취득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다 보니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렇다고 기업의 부담을 덜자고 무작정 기술의 안전성 검증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뿐만 아니라 열심히 많은 투자를 해서 우수한 기술을 독자 개발한 기업이 있는 반면 큰 노력 없이 해외 기술을 도입해서 이익을 취하려는 기업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기업들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도 우리 기술의 발전을 생각할 때 좋은 접근방법은 아닐 것이다.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 할까?

 

정부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검증하고자 하는 중소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시험비용을 감면한다거나 혹은 연구비, 연구 인력을 지원하는 등의 방안이 있을 것이다. 그동안 국토교통부 R&D 사업에서 실용화 지원 사업을 시행해 왔는데 최근 이를 지원하던 R&D 사업이 일몰되면서 실용화를 위한 연구비를 계속 지원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과제 단위로 단기적으로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수 기술개발 기업을 선정하여 시험비용 감면이나 다른 우대 혜택을 장기적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기술 개발 환경,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개발된 기술을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의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이미 개발한 기술의 실용화를 지원하는 것 외에도 어떤 기술을 개발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다. 연구기관에서는 대부분 대형과제 위주로 기획하고 연구를 해나가기 때문에 현장 애로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소홀해지기 쉽다. 따라서 철도 운영기관 등과 연계를 통해 철도를 운영하면서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한 기술이 있으면 기술 제안을 받아 그 기술 개발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하다고 생각된다. 일본에서는 JR 각 사가 협력기업을 선정하고 필요한 기술이 있을 때마다 협력기업들과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 개발을 함께 진행한다. 우리나라의 사정과는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운영기관과 기업 간의 장기적인 협력체계를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와 함께 학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최근 공공기관으로 인력의 쏠림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철도 안전도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다. 엔지니어링이나 건설사 등에서 다양한 현장의 기술과 노하우를 배워 전문가로 성장해 나가야 하는데 모두 공공기관, 공무원만 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가다가는 철도 현장에 기술자는 없고 관리자만 남게 될 것이다. 그만큼 현장의 엔지니어들이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고 이는 비단 철도 분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부와 공공기관, 산업계 모두 이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신입 직원의 채용을 늘리기 보다는 현장의 경험과 기술 경력을 가진 전문가를 더 많이 채용하는 것은 어떨까? 현장의 전문가를 더 우대한다면 우리 학생들도 현장에서 먼저 경험을 쌓는 것을 더 우선시하게 될 것이다. 산업계도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업무 여건과 대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하고, 정부는 기업에게 적정한 대가가 돌아가도록 입찰 제도를 보완하는 등의 노력을 계속 해야 한다.

 

철도 안전 강국으로 가는 길, 어렵지만 한 번에 도달할 수 있는 여정은 아니다. 당장의 연구개발과 제도 구축을 통한 규제 강화도 중요하지만 자칫 우리가 놓칠 수 있는 부분도 잘 살피면서 가야 한다. 산업 현장의 목소리도 귀담아 들어야 하고, 우리 교육과 인력 양성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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