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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시원 규제 안전 사각지대가 문제다.

고시원 거주자 인권 논하기 전에 공공주택 강화해야

김지형 기자 | 기사입력 2019/03/25 [11:04]

[기자수첩] 고시원 규제 안전 사각지대가 문제다.

고시원 거주자 인권 논하기 전에 공공주택 강화해야

김지형 기자 | 입력 : 2019/03/25 [11:04]

 

▲     © 국토매일 김지형

[국토매일-김지형기자] "정작 없어져야 할 고시원은 없어지지 않아요." 일용직노동자와 지방에서 상경한 대학생 등 주거 취약계층의 상징적 주거지가 된 고시원을 서울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 고시원 사업주의 말이다.


정부 대책이나 규제대로 고시원을 운영하려고 하면, 사업주에게 많은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되레 노후 고시원을 인수해 규제를 피해 가는 편법이 존재하고 있고, 제2, 제3의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는 여전히 잠복하고 있다.


서울시가 18일 고시원 거주자의 생명 보호와 인권 존중을 위한 '노후고시원 거주자 주거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고시원 방의 실면적 7㎡(화장실 포함 10㎡·전용면적 기준) 이상이고, 창문(채광창) 의무적 설치 등 서울형 고시원 주거기준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대폭 확대, 외부 피난계단이나 비상 사다리 설치, 월세 일부 지원, 고시원 리빙라운지 설치 시범 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고시원의 수익성이 훼손되면 업주들은 소급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기존 노후 고시원을 인수하는 등 악순환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서울과 수도권 고시원들의 권리금이 너무 세고 임대료마저 비싸다는 것이다. 대출과 이자를 갚고 나면 매월 마이너스나 쥐꼬리만큼 수익이 나고 있어 고시원들의 업주에 요구하는 규제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신규 고시원의 경우 방마다 창문을 설치한 업주에게만 허가를 내주고, 복도 쪽 내창방을 가진 방이 있거나, 스프링클러가 없으면 인수 자체를 못하게 할 수 있다. 새로 인수를 하면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없으면 소방필증 허가자체가 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팔려는 사람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던지 아니면 신규매수자가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신설된 경우는 이 규제를 맞춰야 허가가 날 수 있지만 예전 고시원의 경우 이 규정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에 고시원 업주는 노후 건물을 고시원 사업지로 선택할 수 있고, 이 오래된 건축물에 생긴 고시원은 안전의 사각지대로 남을 수 있다.


또한 주거취약자, 대학생이나 저소득 노동자들의 주거비 상승이란 풍선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기존 고시원에 스프링클러나 창문을 내기 위한 인테리어 비용이 고스란히 고시원 입주자에게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시원에 있는 라면과 달걀, 밥, 김치 등이 무상제공이라는 말은 매년 높아지고 있는 고시원비를 감안할 때 조삼모사가 될 수 있다. 결국 서울시의 노후건물 거주자 주거안전 종합대책은 없어져야 할 노후 고시원의 권리금과 임대료만 높이고, 기존 고시원에서 제공되던 라면과 밥, 반찬 제공으로 고시원비가 더 올랐듯 또 스프링클러 설치 및 인테리어 비용을 명분으로 고시원비 상승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 서울시와 정부는 고시원 거주자의 인권을 따지기 전에 먼저 주거취약자를 위한 공공주택의 강화와 정보비대칭성 해소에 무게 중심을 더 두어야 하지 않을까.


서울시에 따르면 전국에 1만 1892개의 고시원이 있으며 이 가운데 서울에만 5840개(49.1%)가 몰려있다. 지난해 화재 사고로 7명이 숨진 종로구 국일고시원을 포함한 1061(18.17%)개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하기 전인 2009년 7월 이전부터 운영되는 노후시설이기 때문에 스프링클러를 법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었다. 현재 고시원을 지을 때 적용되는 '다중생활시설(고시원) 건축기준'에는 복도폭(편복도 1.2m·중복도 1.5m 이상 설치)만 제시하고 있고 실면적, 창문설치 유무 등에 대한 기준은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시내 5곳의 고시원을 조사한 결과 실면적은 4~9㎡에 불과했고, 창문이 없는 방(먹방) 비율은 최대 74%에 달했다. 서울시는 고시원사업주가 입실료를 동결하는 대신 서울시가 설치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간이 스프링클러 사업에 올해 15억원을 투입해 75곳을 지원한다. 류훈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서울 시내 고시원 상당수가 복도를 중심으로 벌집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구조에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화재 사고에 노출돼 있다"며 "서울에서 고시원이라는 주거형태는 최소한의 인권, 안전도 보장받지 못한 채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는 불평등 사회 속 취약계층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주거기준을 시의 노후고시원 리모델링 사업 등에 즉시 적용하고, 국토교통부에 건축기준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중앙정부와 협력해 고시원의 간이스프링클러 설치의무를 소급해 적용하고 소급적용 대상에 대한 설치비 지원근거를 함께 마련해 향후 2년 내 모든 고시원에 간이스프링클러가 설치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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