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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7가지 키워드로 되돌아본 2017년 철도

2017년 철도 '빛'과 '그림자'… '기술'에 웃고 '안전'에 울었다

한성원 기자 | 기사입력 2017/12/19 [09:15]

[기획] 7가지 키워드로 되돌아본 2017년 철도

2017년 철도 '빛'과 '그림자'… '기술'에 웃고 '안전'에 울었다

한성원 기자 | 입력 : 2017/12/19 [09:15]

[국토매일-한성원 기자] 다사다난했던 2017년도 저물어 가고 있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국정농단 사건으로 정권이 바뀌는 등 예상치 못했던 역사적 사건들이 신문지상을 가득 메운 가운데 우리나라 경제는,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나라 가계 경제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과연 4차 산업혁명은 우리 경제의 비상구가 될 수 있을까? 지난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국민적 공분을 샀던 철도업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세계에서 네 번째로 빠른 고속열차와 ‘철도강국’ 프랑스를 놀라게 한 기술들이 철도업계의 ‘빛’이라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철도 안전사고는 ‘그림자’가 아닐까? 과연 2017년의 철도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지 되돌아본다.


4차 산업혁명

‘4차 산업혁명’은 국가적인, 아니 더 나아가 전 세계적인 핫이슈로 통용되고 있다. 지난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이해’를 주요 어젠다(의제)로 선정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제1차 산업혁명은 철도와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물류가 급격히 확장된 시대를 말한다. 이어 제2차 산업혁명은 전기와 생산·조립라인 등 대량 생산·소비 시대를 열었고, 제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대변된다.

 

그리고 이제 4차 산업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WEF 회장이자 4차 산업혁명의 창시자인 독일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바프는 자신의 저서인 ‘제4차 산업혁명’에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10개의 선도 기술’로 ▲사물인터넷(IoT)·블록체인·공유경제 등 디지털 기술 ▲유전공학·합성생물학·바이오프린팅 등 바이오산업 기술 ▲무인운송수단·3D프린팅·로봇공학·신소재 등 물리학 기술을 꼽았다.


철도 역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피할 수는 없다. 해외의 경우 독일은 ‘미래철도(Zukunft Bhan)’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철도 디지털화를 선언했고, 프랑스는 2023년까지 고속열차 테제베(TGV)에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발 빠르게 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 철도의 4차 산업혁명은 IT가 주도하고 있다. 승차권 예매 스마트폰 앱은 프랑스국영철도(SNCF)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KTX 열차 내 지능형 폐쇄회로TV(CCTV)를 이용한 스마트 검표 시스템도 있다. 반면 자율주행 도입은 아직 먼 나라의 이야기다.


자동차와 달리 국가 주도로 발전돼 온 철도는 국제적으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가장 빨리 받아들일 수 있는 분야로 꼽히고 있다. 가까운 미래 가장 확실한 친환경 교통 대안이 철도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청출어람

‘청출어람(靑出於藍)’의 사전적 의미는 “푸른색은 쪽(藍)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다”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나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된다.


프랑스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철도기술을 보유한 나라다. 특히 프랑스 국영철도 SNCF는 고속철도 시설 및 차량 설계 능력까지 갖추고 스페인, 벨기에,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에 진출해있는 국제여객 및 화물운송시장의 선두주자다. 우리나라의 KTX 역시 2004년 프랑스 TGV를 기반으로 도입됐고, 철도 운영도 SNCF의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제자’(우리나라)가 ‘스승’(프랑스)을 넘으려고 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SNCF와 ‘한·불 미래 고속철도 기술 교류회’를 개최했다. 이번 교류회에는 프랑스의 철도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기욤 페피(Guillaume Pepy) SNCF 사장이 직접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SNCF는 코레일의 모바일 앱 서비스, 사물인터넷(IoT) 기반 정보기술, 위치감지 기술 등의 교류를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지니고 있는 프랑스철도가 한국의 철도 기술력에 관심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국내 철도기술력이 세계 수준에 이르렀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코레일과 SNCF는 올해를 시작으로 기술 교류를 정례화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안전불감증

지난 14일 서울지하철 1호선 온수역에서 오류동역으로 향하던 열차에 한 남성이 치여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남성은 선로에서 보수작업을 진행하던 용역업체 직원으로 밝혀졌다. 사고 당시 이 남성 외에 다른 관리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일각에서는 용역업체가 야간수당을 아끼기 위해 무리한 작업일정을 소화하도록 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사고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데 있다.


앞서 5월에는 서울지하철 1호선 광운대역에서 작업하던 코레일 직원이 벌크차에서 추락해 사망했고, 한 달 뒤인 6월에는 서울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에서 선로 작업을 벌이던 작업자가 역시 차량에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끝이 아니다. 7월에는 달리던 무궁화호 열차에 가로·세로 20㎝, 두께 4㎝, 무게 10㎏의 쇳덩어리 1개가 날아 들어와 2호차 객실 유리를 깨버렸다. 당시 코레일은 해당 쇳덩어리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기관차 연결장치 아랫부분에 설치된 내부 부품인 것으로 밝혀져 빈축을 샀다. 또 9월에는 경의중앙선에서 시험운전 중인 열차가 추돌해 기관사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구의역 스크린도어 작업자 사망 사고로 국민적 공분을 샀던 철도업계는 여전히 돈벌이만을 목적으로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작업환경을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편리하고 저렴한 자동차, 그리고 가장 빠른 속도의 비행기와 달리 철도는 안전이 최우선인 대중교통수단이다. 안전이 배제된 철도, 존재의 이유가 무엇일까?


철도건설법

현행 철도건설법이 ‘철도건설 및 철도시설의 관리에 관한 법률’로 바뀐다. 이는 말 그대로 철도 건설뿐만 아니라 철도시설의 유지관리에 대한 규정이 추가됨을 알 수 있다.


먼저 정부당국과 관할 지자체는 각각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을 바탕으로 정기점검, 정밀진단, 긴급점검, 성능평가 등을 실시하게 된다.


국토교통부장관은 ‘철도시설의 유지관리 기본계획’, 시·도지사는 ‘철도시설 유지관리계획’을 각각 5년 단위로 수립·시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기점검, 정밀진단, 긴급점검, 성능평가 등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벌금 및 과태료를 내야 한다.
철도시설관리자는 기본계획 및 유지관리계획에 따라 소관 철도시설에 대해 3년마다 ‘철도시설 유지관리 시행계획’을 수립, 철도시설의 안전과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보수·보강 등 필요한 유지관리와 생애주기 관리를 시행해야 한다.


이밖에 국토부장관은 철도역사 이용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이용편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철도역사의 안전·이용편의 수준 등을 평가하고 개선명령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자료제출 요구, 실지조사 등을 수행할 수 있다. 또 노후 철도시설 및 철도역사의 보수·보강에 필요한 비용의 지원은 물론 철도의 건설 및 유지관리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연구·개발 사업도 할 수 있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안규백 의원은 “우리나라는 철도교량, 터널, 신호, 전기설비와 같은 철도시설의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으로 만약 철도시설이 손상되거나 붕괴될 경우 국민 생명과 안전에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체계적인 철도시설 유지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강선

서울에서 원주를 지나 강릉까지 향하는 원강선(원주∼강릉 철도)이 이달 22일 개통한다.


원주~강릉 철도사업은 원주에서 강릉까지 총 120.7㎞ 복선전철과 만종, 횡성, 둔내, 평창, 진부(오대산), 강릉까지 6개 역사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2012년 6월 착공 이후 총사업비 3조7597억원을 투입해 5년 6개월 만에 개통하게 됐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원강선은 우리나라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최초의 철도로서 의미가 크다”며 “원강선 개통으로 만성적인 강원권 도로정체 해소는 물론 평창 동계올림픽의 기간 수송수단 역할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강릉 간 KTX는 편도 기준으로 주중 18회, 주말 26회 운행된다. 강릉까지 서울역에서는 114분, 청량리에서는 86분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주중에는 서울역에서 10회, 청량리역에서 8회 출발하고 주말에는 서울역 10회, 청량리역에서 16회 출발한다. 강릉역에서 출발하는 서울행 열차는 주중 18회·주말 26회로 결정됐다.


KTX 운임은 인천공항~강릉 구간은 4만700원, 서울~강릉은 2만7600원, 청량리~강릉은 2만6000원이다.


철도의 날

‘철도의 날’은 국가기간 교통수단으로서의 철도의 의의를 높이고 종사원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지정한 날이다. 1899년부터 올해까지 118년간 철도의 날은 매년 9월 18일이었다. 이날은 우리나라의 최초의 철도로 기록된 경인선의 개통일이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철도의 날이 6월 28일로 변경될 전망이다. 경인선의 경우 일제가 우리나라를 침탈할 불순한 목적으로 건설됐기 때문에 기념일로는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6월 28일은 1894년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국이 창설된 날이다.


지난해 10월 조정식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등 국회의원 26명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올해 철도의 날 기념식에서 조정식 국토위원장은 “철도의 날 일자 변경과 관련한 법제 개정을 올 연말까지 집행 완료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우리 철도의 자주성과 자부심을 더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철도의 날을 변경하는 내용의 법안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날짜 변경을 반대하는 목소리 역시 일각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고속화

현대로템은 지난달 보도자료를 내고 철도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고속철용 주전력변환장치, 견인전동기, 주행장치 등 신제품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신제품은 국가연구과제인 ‘고속열차 효율 향상 핵심기술 개발’의 일환으로 주관연구기관인 철도연과 주연구기관인 현대로템이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기술개발에 매진한 결과물이다.


특히 속도에 관심이 쏠렸다. 현대로템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한 주행장치는 기존 KTX-산천 차량의 최고속도인 300㎞/h보다 약 20% 향상된 350㎞/h까지 운행이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이를 통해 서울에서 부산(정착역 10개역, 417.8㎞)까지 도착하는 시간을 기존 약 2시간 13분에서 약 2시간 8분으로 5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로템 측의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고속열차는 현대로템이 개발한 HEMU-430X으로 알려져 있다. HEMU-430X는 각 차량마다 동력원을 발생시키는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로 최고속도 430㎞/h를 자랑한다.


한편 현재 개발된 세계 각국의 고속철 최고 속도는 프랑스, 중국, 일본, 한국, 독일 등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철도기술연구원 관계자는 “고속화 기술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세계 각국의 기술력 경쟁에서 우위에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라며 “다만 고속화 자체보다는 신호, 궤도 등 고속화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는 제반여건의 개발에 더 힘쓸 필요는 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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