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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칼럼] 민자사업 해외 전략적 과제(47) - 민자사업의 실패 (Ⅵ)

이재성 박사 | 기사입력 2025/01/14 [13:47]

[기획 칼럼] 민자사업 해외 전략적 과제(47) - 민자사업의 실패 (Ⅵ)

이재성 박사 | 입력 : 2025/01/14 [13:47]

▲ 이재성 경영학 박사     ©국토매일

[국토매일=이재성 경영학 박사] 해외에서 수행하는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수주 당시에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돌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기업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사태를 수습하는 능력은 조직의 필수 능력의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국가에서 전쟁이라는 비상사태를 가정해서, 유능한 지휘관을 육성하듯이, 기업에서도 해외사업에서는 이를 고려한 인사가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프로젝트관리에서는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다루고 있다.

 

1994년 새해가 되면서 나는 회사에서 새로운 보직을 받았다. 미국령 괌(Guam)에서 건설하고 있는 디젤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의 Project Manager를 맡게 된 것이다. 발령을 받기 전에 회사 내에서는 이 사업에 대한 좋지 못한 소문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발전소 건설현장 소장의 무능력에 대하여 발주처가 장문의 레터를 사장실로 발송했다는 것이다.

 

이 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현장 소장과 Project Manager가 교체되고, 새로운 Project Manager로서 본인이 급작스럽게 인사 발령을 받게 된 것이다. 사전에 한 마디도 회사로부터 언질을 받은 것이 없었기 때문에, 몹시 화가 났지만 일단 부임을 하게 됐다.

 

전임자는 사태의 전후를 충분히 말해주지 않았으나, 해외 현장을 방문하면서 사태의 진원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발주처의 현장관리를 맡고 있는 Construction Manager가 문제의 진원지라는 것을 파악하게 되었다. 수주 당시에 약속한 무언가를 주지 않고 있다는 불만에서 비롯된 작태인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이것은 적절한 선에서 처리하지 않을 수 없는 일로 판단하였다.

 

이제 현장에서는 기초 공사가 끝나가면서, 기자재가 도착하기 시작했는데, 발주처에서 상당히 당황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었다. 미국 본토에 있는 미국 환경청(EPA)에서 보내온 발전소 환경 영향 평가의 내용 때문이었다. 평가서의 핵심 내용은 “제출된 설계 자료에 따르면, 이 발전소는 준공되어도 미국의 환경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 표현을 문자적으로만 해석하면, 발전소를 준공해도, 환경 문제 때문에, 발전을 못할 수도 있다는 폭탄적인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이제 발주처인 Guam Power Authority의 고위 간부들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발전소 건설 예산이 없어서, 차관도 들여오고, 별의별 노력을 다해서 겨우 공사 발주를 했는데, 준공을 해도 발전소를 돌릴 수 없다고? 하루에도 몇 번씩 정전이 되면서, 신문에서는 거의 매주 공사 진행 상황을 보도하고 있는데 이 무슨 날벼락?

 

어느 날 발주처의 Chief Engineer가 잠시 시간을 내달라고 해서 괌 의회까지 따라가게 됐다. 자리에 앉고 보니 청문회 증인석이었음을 알게 되어 적잖게 당황한 것이 사실이다. 상원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지더니, 사회를 보던 상원의원이 갑자기 발전소 건설업체 대표가 현재 이 자리에 참석하고 있으니 질의응답에 참여해 달라면서 질문을 나에게 날리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일어나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상원의원 여러분들의 발전소 적기 준공에 대한 관심은, 충분히 이해하겠으나, Guam Power Authority와 저희 회사가 서명한 계약서에는 그 어디에도 '괌 의회에 출석 저희 회사가 답변을 해야 한다'는 계약 조항이 없기 때문에 귀하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 고 답변하고 자리에 앉았다.   

 

한편으로 괌 신문사와 방송국에서는 사전에 아무 연락도 없이 수시로 방송 카메라를 메고 현장에 들여 닥쳐 현장을 찰영하고 바로 방송으로 내보는  일도 수시로 일어나기도 했다. 이를 저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는 매일 최신 공사현황을 짧게 메모해 언제 기자가 닥치더라도 호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 보면서 웃는 얼굴로 괌 주민들에게 '적기에 발전소를 준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태를 겪으면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이라는 주제를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이러한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없었고, 회사에서도 그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시대였다. 의회 청문회에서 갑자기 당한 일, 신문과 방송에서 연일 나오는 기사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은 오늘날 프로젝트관리에서 이해관계자관리(Stakeholder Management)라는 지식체계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 잡게 됐다.

 

우리는 학교를 통해 기본 지식을 흡수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이것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며 스스로 나머지를 보충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또 일반 서적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위기관리는 과연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  이어지는 다음 기사에서 진지하게 논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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