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급식실 주방 환기설비, 기계설비 전문건설업체에 맡겨야 한다박정석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기술정책팀장[국토매일=박정석 기술정책팀장] 월 : 돼지고기볶음, 화 : 오리고기 고추장볶음, 수 : 닭간장강정, 목 : 어묵볶음, 금 : 코다리살 구이…
한 초등학교의 급식 메뉴다. 모두 기름에 튀기거나 볶는 반찬들이다. 학교급식 노동자들은 이러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최소 2~3시간 동안 열악한 환경의 조리실에서 작업해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 3월 전국 14개 시·도교육청 급식종사자 2만4065명을 건강검진 후 ‘학교 급식 종사자 폐암 건강검진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31명이 폐암으로 확진됐고, 139명은 폐암 의심 판정을 받았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폐암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한 29명을 포함하면 폐암 확진 인원은 모두 60명이다. 검진결과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서울, 경기, 충북지역까지 고려하면 폐암 확진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학교급식 종사자들의 폐암 발생 원인 중 하나로 조리 과정에서 배출되는 조리흄 등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은 물론 대체인력 부족으로 장시간 고강도 근로를 빈번히 해야 하는 열악한 근로환경에 원인이 있다고 진단한다.
‘조리흄(fume)’이란 무엇일까? ‘흄(fume)’의 사전적 의미는 매연 혹은 (유독)가스를 의미한다. ‘조리흄’은 기름을 사용해 볶거나 튀기는 요리를 할 때 주로 발생하는 배출물을 말한다. 튀김, 볶음, 구이 등 조리과정에서 기름이 에어로졸(공기 중에 떠 있는 고체 또는 액체 상태의 입자) 형태로 분산되기도 하고, 실내공기질에 영향을 미치는 미세 입자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조리흄을 흡입할 경우 다환방향족탄화수소(석탄, 기름, 가스, 쓰레기, 담배, 고기 및 기타 물질이 연소될 때 형성되는 화학물질의 한 유형), 포름알데히드 등의 발암물질이 체내에 흡수된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표한 ‘가정에서의 고체연료 사용과 고온에서의 튀김 요리의 발암 위험성 분석’(2010년)에 따르면 조리흄에 많이 노출될수록 폐암 위험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19년 전국 24곳의 학교 급식실 조리 시 공기질 작업환경 평가를 실시한 연구 보고서(‘조리 시 발생하는 공기 중 유해물질과 호흡기 건강영향’)에도 일부 조리과정에서 일산화탄소가 200ppm을 초과해 일산화탄소 중독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화탄소 역시 순간발생량이 8,888ppm 이상 상승해 호흡곤란, 두통 등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학교 급식실 종사자들은 폐암 발생 등 건강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다.
교육부는 학교급식실의 조리환경 개선을 위해 급식조리실 환기설비 개선 및 지원사업을 첫째 과제로 선정했다.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면 유해물질로 인한 위험도를 크게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하에 배치돼 있는 조리실을 지상으로 옮기거나, 배기시설 용량 확대 및 급기 시설을 갖춰 배기 및 환기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조리실 환기설비 개선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두 번째로 조리방법 및 식단의 개선이다. 기름을 사용하여 고온으로 가열하는 요리를 지양하고 되도록 오븐을 이용한 조리를 유도하는 등 대체식단의 개발 및 보급할 계획이다. 셋째, 급식 시설의 자동화 및 현대화 등 노후 급식시설 개선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국회도 나섰다. 강득구 의원은 최근 75명의 국회의원과 함께 ‘학교급식 종사자의 조리 시 유해물질로 인한 산업재해 예방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강 의원은 입법 발의 제안이유에서 “학교급식 종사자의 건강권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으나 정부가 개별적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접근과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위해 법률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조리흄으로 인한 폐암 발생 예방의 핵심은 제대로 된 환기설비를 갖추고 자주 환기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공간에서 폐암 발생 확률이 22.7배 높아진다는 대만의 연구 결과도 있다.
급식조리실 개선사업을 제대로 시행하려면 반드시 기계설비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정밀한 시공을 위해 기계설비 전문건설업체에 맡겨야 한다. 기계설비 전문가가 설계 및 환기효율 저하 원인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후드, 환기, 송풍기, 전기집진기, 미세먼지 및 악취 저감장치 등 학교급식의 조리환경에 맞는 기계설비 전문건설업체에 의해 시공되어야만 적정한 환기효율을 얻을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21년 발간한 ‘학교 조리실 환기장치 실태조사 및 표준 환기방안 마련 연구’ 보고에 따르면 학교 급식실의 경우 설치업체에 따라 후드 형태와 환기 유량이 제 각각인 경우가 많고, 환기 효율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오늘도 급식실 튀김솥 앞에서 일하는 7만여 학교급식 종사자와 105만여 조리산업 노동자(2018년 집계 기준)들이 보다 쾌적하고 안전한 작업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조리시 발생하는 유해물질이 외부로 잘 배출되어야 하고 신선한 공기 유입이 가능한 환기설비를 하루 빨리 확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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