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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중대재해법’ 시행 원년에...

전병수 본지 논설위원

전병수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2/01/17 [19:39]

[칼럼] ‘중대재해법’ 시행 원년에...

전병수 본지 논설위원

전병수 논설위원 | 입력 : 2022/01/17 [19:39]

▲ 전병수 논설위원.     ©국토매일

[국토매일=전병수 논설위원]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부터 시행된다. 건설사를 비롯한 기업들과 관련단체, 산업현장의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법령 보완 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 조항에 모호한 부분이 많고 경영자들이 인신구속을 당할 수 있는 강력함 때문에 혼란과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더구나 올해가 중대재해법 시행 원년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기업들의 몸은 움츠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동안 산업계는 안전담당 임원제 실시를 비롯해 안전전담부서 확충ㆍ신설, 전문인력 확보, 안전교육 강화, 생산일정 조정, 안전점검 강화 등의 노력을 해왔다.

 

특히 올 들어 건설업계는 주말과 휴일 작업을 중단하는 등 초고강도의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이는 건설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안전사고의 발생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자 828명 가운데 건설업의 사망자 수가 417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건설사들이 긴장하고 선제적으로 안전강화에 나서는 이유다.

 

그런데 이 무슨 일인가.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났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현장 근로자 6명이 실종돼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시공사가 국내 굴지의 건설사인 HDC현대건설산업이란 점에서 충격이 크다. 

 

이에 앞서 지난 5일에는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의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나 진압에 나선 소방관 3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새해 들어 채 한 달도 안 된 사이에 건설현장에서 두 건의 대형 사고가 터진 것이다. 건설업계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사고 발생 시점이 중대재해법 시행 목전이라는 점과 시공사가 아파트 건설의 명가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할 말을 잃었다. 앵무새처럼 안전을 강화해 사고를 줄이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수도 없게 됐다. 건설사들은 자체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광주 사고현장의 수습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당국은 사고의 원인 조사에 나서고 있다. 조사는 정밀하고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현장에서 시방서에 따라 정확하게 시공했는지, 동절기 콘크리트 시공 규정을 준수했는지, 양생기간은 확실하게 지켰는지, 불법 하도급은 없었는지, 현장감리는 제대로 실시됐는지 등을 알아내야 한다.

 

이후 처벌받을 사람은 처벌을 받고, 회사는 규정에 따라 제재를 받아야 한다. 또 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근로자와 입주예정자 등도 적절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사고는 규제를 낳는다. 지난 1994년 10월에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1995년 6월에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도 그랬다.

 

이번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가 수습이 되면 또 어떤 규제가 나올지 모른다.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에 이어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이 진행되고 있는 건설안전특별법을 능가할 새로운 법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13일 아침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공공감리단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HDC현대건설산업의 광주시 발주공사 참여를 제한할 수 있는지와 안전진단 후 재시공을 하는 방안 등에 대한 법률적 검토도 하겠다”고 밝혔다.

 

건설현장의 안전사고에 대해 강력한 징벌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메시지다.

 

그가 과거 행정안전부 장관과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건설 분야 전문가라는 점에서 발언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재해를 줄이자는 명제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재해는 반드시 줄여야 한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지만 재해는 규제를 통해서만 줄어들지는 않는다. 건설 산업과 관련된 법률들이 30개 넘는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수많은 법률과 조례 등을 앞세워 건설 현장의 안전을 독려하고 있지만 실제로 나타나는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 현장 감각이 떨어진 입안자들이 현장과는 괴리된 법안들을 양산했기 때문이다.  

 

물론 강력한 법을 시행하면 일시적으로 재해가 감소할 수는 있지만 지속성에는 의문이 간다. 현장의 속성을 안다면 안전에 모범적인 현장과 건설사, 건설인 등에게 성과에 걸맞은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나아가 규정을 준수하는 등 기본에 충실하고 현장 스스로 안전도를 높일 수 있는 수준 높은 건설문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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