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매일=전병수 논설위원]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발부됐다. 종부세는 국세다. 주택과 토지에 대한 종부세를 합한 금액을 말한다. 부동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따져 조세 부담 비율을 다르게 적용한다. 납세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종부세는 투기 수요를 억제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된 세금으로 지난 2005년부터 시행됐다. 소유한 주택의 공시가격 합계액이 6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과세 대상이 된다. 단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11억 원을 초과하는 자가 해당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납세 대상자는 94만 7천 명에 달한다. 66만 7천 명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무려 42%(28만 명)가 늘었다. 세액도 급증했다. 1조 8천억 원에 그쳤던 작년에 비해 3배 이상 오른 5조 7천억 원에 이른다.
이를 두고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새로 납세자군에 편입된 사람들과 세액이 늘어난 사람들이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에서 위헌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다른 한편에서는 종부세는 국민의 2%에게만 해당되는 세금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극소수 부자(?)들에게만 해당하는 세금이니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종부세를 둘러싼 논쟁은 내년 3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정치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정부와 여당의 입장은 완강하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가구 1주택의 경우 전체 세액의 3.5% 정도만 부담하고 있다”면서 “부과액도 50만 원 내외로 2000㏄ 중형차 한 대에 부과되는 정도의 세금”이라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도 “종부세 납부 대상 1주택자는 전체의 1.7%뿐이다. 종부세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부동산으로 걷은 세금이 더 많이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인 국민의 힘 입장은 여당과는 완전히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종부세는 재산세와 동일한 세원에 대한 이중과세, 조세평등주의 위반 등 문제가 많은 세금”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홍준표 의원 역시 “단일 부동산에 대한 종부세 과세는 이중과세로 위헌이며, 세금이 아니라 약탈이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1303년 프랑스에서는 창문세가 신설됐다. 창문세는 집의 창문 수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이다. 필립 4세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후 폐지됐다가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난 1789년 다시 도입됐다. 부자나 귀족들로부터 세금을 거두기 위해서다. 1925년에서야 폐지됐다.
1696년 영국에서도 창문세가 도입됐다. 기저에는 창문 수가 많은 건물일수록 규모가 크고, 이런 건물을 소유한 사람은 부자라는 관점이 깔려 있다. 부자의 수준을 창문의 수를 기준으로 판단해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부작용도 많았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에는 귀족이나 부자들이 권력의 서슬 아래서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새로 짓는 건물에는 벽면 한 쪽에 한 개의 창문만 내는 일들이 벌어졌다. 창문을 보기가 힘든 건물들이 생겼다.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세금을 징수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무엇일까. 세금을 부담하는 이가 누구인가 하는 것과 세금을 부담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는 세금을 부담하는 이로 하여금 왜 내가 세금을 부담하는가 하는 질문을 하도록 만든다. 동시에 국가를 향해서는 내가 세금을 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할 것을 요구한다.
세금은 납세자의 능력에 알맞게 과세돼야 하며 부담은 동일하게 해야 한다. 또한 세금은 납세자가 받은 혜택과 비례해야 한다. 이른바 세금의 3대 기본원리이다.
종부세의 목적은 부동산 시장 안정이다. 그런데 종부세가 그 목적을 위해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종부세는 전세금 및 월세 인상이라는 형태로 세입자에게 그대로 전가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 행정당국의 책상과 현장의 괴리가 크다. 정부가 행정력만 앞세웠을 뿐 납세자를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참에 종부세가 세금의 기본원리에 부합하는지 따져보고 손을 봐야 한다. 최소한 종부세가 창문세와 다를 바 없다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저작권자 ⓒ 국토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