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코레일 철도차량정비단 "지금은 데이터로 정비하는 시대"수도권ㆍ대전ㆍ부산ㆍ호남 4곳 정비단 운영, 스마트 팩토리 구축 '첨단화 가속 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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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도차량정비단에서 일상정비를 받고 있는 고속열차. © 국토매일 |
▶ 1899년생부터 2016년생까지, 120년 철도史 녹아있는 정비단
4곳의 차량정비단은 120년이라는 긴 여정을 안고 숨가쁘게 달린 한국 철도사와 궤를 같이 했다.
수도권정비단은 1905년 용산역 서쪽에 철도차량 수리를 위해 지어진 용산공작반이 시초다. 1923년엔 경성공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당시에도 기관차 및 객ㆍ화차를 제작ㆍ수리하던 국내 최대의 철도공장이었다.
2003년 KTX 개통을 대비해 행신에 고속열차 정비기지가 만들어진 이후 용산정비창의 기능도 순차적으로 이전시켰다.
대전정비단은 1899년 경인선을 개통할 무렵 만들어진 '경인철도주식회사 인천공장(인천공작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1905년 만들어진 영등포공작창(영등포 철도용품 제작공장)과 인천공작창을 통합해 1980년 지금의 대전으로 옮기게 됐다.
부산정비단은 1904년 초량기계공장으로 발족한 이후 지금의 위치(범천동)로 이전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6ㆍ25전쟁 발발 당시에는 전국 공작창 종업원과 합동작업을 실시하는 등 한국교통사에 족적을 남기기도 했다.
1957년 미군 원조로 한국에 디젤기관차가 도입되자 부산에서 도맡았다. 2004년 무렵 가야역 인근에 고속철도 차량정비를 위한 시설을 건설했다.
![]() ▲ 부산철도차량정비단에서 정비 중인 디젤기관차. © 국토매일 |
부산정비단 서충덕 팀장은 "범천동 정비단 내 식민지시기에 건설된 공장 및 사무실 건물들이 있어 역사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호남정비단은 4곳 중 가장 젊다. 지난 2016년 출범해 올해로 5년 차에 접어들었다. 역사는 짧지만 20-30대 젊은 직원들의 비중이 약 60%에 달해 '신진 정비인력 양성소'로 불리우기도 한다.
▶ 고속열차 정비기지 모델은 프랑스, 편성별 정비체계 갖춰 '스마트팩토리' 방점
4곳의 차량정비단은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수도권정비단은 고속열차에 대한 일상적인 정비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차량을 완전 분해해 정비(중정비)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이 때문에 고속차량용 중정비동을 별도로 두고 있다.
대전정비단은 고속열차를 제외한 전기기관차ㆍ디젤동차ㆍ발전차ㆍ일반객차ㆍ화차ㆍ사고복구기중기 등 대부분의 차종에 대한 중정비를 시행한다.
부산정비단의 경우 고속열차에 대한 부품 중심으로 정비하면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디젤기관차를 중정비하는 곳이기도 하다.
올해로 문을 연지 5년차에 접어든 호남정비단은 KTX산천 및 SR 등 고속열차를 중심으로 일상정비 및 부품정비를 담당하고 있다.
류영수 수도권정비단장은 "사람도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 몸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듯 철도차량도 작은 부품 하나하나까지 모두 검수해 다시 태어나는 오버홀(overhaul) 단계를 거친다"며 "철도차량 종합검진센터의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 바로 정비단"이라고 설명했다.
![]() ▲ 대전철도차량정비단에서 보유하고 있는 '차륜답면 초음파 탐상 장치'. © 국토매일 |
차량정비단별로 중점적으로 다루는 차종들이 있기에 저마다의 축적된 노하우도 차별화돼 있지만, 공통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이 '스마트 팩토리'이다.
수도권정비단 김문석 팀장은 "과거와 달리 철도차량의 정비개념이 경험 중심에서 매뉴얼 중심으로 변화했다"며 "고속철도의 개통을 계기로 차량 운용 및 유지ㆍ보수체계도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고속열차 정비를 가장 먼저 시작한 수도권ㆍ부산정비단의 모델은 프랑스다. 차량이 입고하면 편성 단위로 신속하고 정확한 정비가 가능하도록 동선을 최적화하고 해당 위치별로 필요한 설비와 부품 등을 갖추고 있다.
수도권정비단 관계자는 "관절형 대차로 이어져 있는 KTX를 객차별로 떼어내 수리하려면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며 "열차에 기록된 각종 장애이력을 분석해 선제적으로 정비를 시행하고, 이력관리시스템을 통해 부품을 적기에 교체한다"고 말했다.
고속철도 정비단에는 700톤이 넘는 KTX 20량을 한꺼번에 들어올려 대차를 분리ㆍ교체할 때 사용하는 동시인양기도 있지만, 이른바 '스팟형' 정비 개념으로 대차 하나만 떼어내는데 쓰는 '드로핑테이블'도 함께 갖추고 있다.
대차에는 열차의 제동을 잡는 제동패드ㆍ디스크, 주기적으로 삭정하거나 기준치 이상 사용 시 교체하게되는 차륜(바퀴), 차체의 균형을 잡고 충격을 흡수하는 공기스프링(혹은 1ㆍ2차 현가장치), 베어링과 각종 센서장치들이 모여 있다.
특히 이들 중에는 소모성 부품이 많아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대차를 구성하는 부품들에 문제가 생기면 고속으로 달리던 열차가 속도를 제때 줄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열차가 탈선할 수도 있다.
부산정비단 관계자는 "수도권정비단뿐만 아니라 부산ㆍ호남정비단에서도 고속철도 부품정비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장애이력이 있거나 반복적인 고장을 일으키는 차량은 신속하게 정비해 불량 요소를 제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신뢰성 높은 첨단 정비시스템 구축 "이젠 데이터로 정비하는 시대"
![]() ▲ 차륜 내경 삭정 및 운반을 위해 사용되는 다관절 로봇. © 국토매일 |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문제가 있으면' 차를 세워두고 정비했지만 지금은 '문제가 생기기 전' 미리 정비하는데 초점을 둔다.
정비에 필요한 각종 시설ㆍ설비도 꾸준히 첨단화하고 있다.
정비단별로 무거운 차륜의 내경을 깎고 옮기는데 필요한 다관절로봇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고 대전정비단 등에는 일반차량 도장작업을 위한 자동화로봇도 설치했다.
차축ㆍ차륜 등의 균열을 측정하기 위한 초음파 탐상장비를 비롯한 대차종합시험기도 가동 중이다.
수도권정비단에서는 열차에 들어가는 각종 전자장비(PCB)의 이상유무를 테스트할 수 있는 장비 및 전문인력들이 있다.
수도권정비단 관계자는 "초기에 도입한 KTX-1 경ㆍ중정비를 시행하면서 노후화된 PCB를 재생하거나,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직접 개발해 국산화한다"며 "정비단의 업무가 단순히 '정비'에만 그치는게 아니라 차량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ㆍ개발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코레일 정비단에서는 안전성ㆍ고장률ㆍ소모량 등을 반영해 KTX에 사용되는 약 150종의 TBO(분해정비주기) 부품을 선정하고 정비주기 및 수명 등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이를 통해 보수품의 소요량을 판단하고 미리 수급계획을 세움으로써 부품 조달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는게 정비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 ▲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내 자동화 물류창고. © 국토매일 |
이와 함께 열차에 들어가는 수많은 부품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수도권정비단의 자재관리동은 마치 택배물류창고를 떠올리게 한다.
수도권정비단 관계자는 "지난 2010년경 수도권정비단을 시작으로 자동화 자재관리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는데 볼트ㆍ너트 하나까지도 모두 일련번호를 매겨 코레일전산망(KOVIS)에 등록해 입ㆍ출고한다"고 말했다.
한편, 코레일은 EMU-150(대전), EMU-260ㆍ320(수도권) 등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를 운영하기 시작함에 따라 기존의 동력집중식 열차에 최적화된 정비동의 시설을 재배치하거나 증축하는 등 정비시설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코레일 고준영 기술본부장은 "선제적 예방중심 유지ㆍ보수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게 열차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ㆍ장치들의 '이력'이다"며 "과거에는 경험이 축적되는게 필요했다면 이제는 데이터가 축적되어야만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정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한번 입고된 차량이 믿고 탈 수 있는 차량으로 다시 출고'될 수 있도록 매뉴얼과 절차에 기반한 신뢰도 높은 첨단정비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