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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열차 유리창 깨짐] 해외 검증된 폴리카보네이트 복층창 국내 도입...차량기술기준 지나친 해석이 '발목'

[열차유리창깨짐 이대로 괜찮나-2] KTX 유리창, 한번 깨지면 운영사 운임 손실만 수 억 달해...예비차 보유비용 포함하면 500억 이상
IGP복층창 신기술, 고속열차에 도입하려니...'차량기술기준' 내장재보다 엄격한 잣대 들이밀며 발목
EMU 본격 발주 앞둔 시점 '새차에도 유리창 깨짐 반복될까' 우려...안전ㆍ효율성 두마리 토끼 다 잡는 '문' 열어줘야

장병극 기자 | 기사입력 2021/09/08 [13:12]

[기획-열차 유리창 깨짐] 해외 검증된 폴리카보네이트 복층창 국내 도입...차량기술기준 지나친 해석이 '발목'

[열차유리창깨짐 이대로 괜찮나-2] KTX 유리창, 한번 깨지면 운영사 운임 손실만 수 억 달해...예비차 보유비용 포함하면 500억 이상
IGP복층창 신기술, 고속열차에 도입하려니...'차량기술기준' 내장재보다 엄격한 잣대 들이밀며 발목
EMU 본격 발주 앞둔 시점 '새차에도 유리창 깨짐 반복될까' 우려...안전ㆍ효율성 두마리 토끼 다 잡는 '문' 열어줘야

장병극 기자 | 입력 : 2021/09/08 [13:12]

국내에서 고속열차가 다니기 시작한 이후 약 1000여 장의 유리가 운행 도중 깨졌다. 궤도에 깔린 자갈 혹은 겨울철 열차 하부에 생긴 설빙이 떨어진 후 튀어 올라 유리창에 충격을 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리창이 깨지면 승객은 불안감에 떨 수 밖에 없다. 유리창 교체에만 하루가 넘게 걸려 열차 운영사가 입는 손실도 크다. 국토매일은 3회에 거쳐 열차 유리창 깨짐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대안 및 제도적 문제점 등을 살펴본다. / 편집자 註.

 

본지 2021년 8월 11일자 "고속열차 1000장 깨진 유리창, 외국선 新기술 도입 '국내선 Stop'"편에 이어 2탄

 

[국토매일=장병극 철도경제 기자] 반복되는 고속열차의 유리창 깨짐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해외서 검증을 마친 선진 기술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국내 열차 제작에 있어 기본 사양을 제시하고 있는 '철도차량기술기준(국토교통부 고시, 이하 차량기술기준)'을 두고 담당 기관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면서 새로운 기술 도입에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이대로 기술기준을 적용할 경우 곧 발주를 앞두고 있는 차세대 동력분산식 고속열차(EMU-320)에도 선진 기술을 적용하지 못한 채 유리창 깨짐현상이 되풀이 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안전한 철도차량을 제작하기 위해 만든 '차량기술기준'이라는 하나의 '제도'가 도리어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꼴이 된 셈이다.

 

▲ 고속열차 운행 중 유리창이 깨진 모습 (사진 출처=인벤 커뮤니티, https://www.inven.co.kr/board/maple/2299/5959397)

 

▶ KTX 유리창 한 번 깨져 운행 못하면 수 억 손해...승객 안전도 장담못해

 

국내에서 유리창 깨짐현상이 발생하는 주된 원인은 열차가 고속으로 주행할 때 자갈ㆍ설빙이 비산하면서 충격을 가하기 때문이다.

 

고속열차의 유리창이 한번 깨지면 이를 교체하는데 최소 25시간이 소요된다. 그 동안 열차를 운행할 수 없기 때문에 운영사의 입장에선 손실이 막대하다.

 

코레일 관계자는 "고속열차가 한 번 운행하는데 약 1억 원의 수입이 발생한다고 여기고, 한 대라도 더 투입시키기 위해서 정비기지의 인력ㆍ자재ㆍ동선 등 매뉴얼까지 최적화해 움직이고 있다"며 "유리창이 한번 깨져 기지로 입고되면 유리창 교체에 들어가는 직접 비용은 둘째치고, 열차를 운영하지 못해 수 억 이상 손해보는 구조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서 운행 중인 고속열차의 기존 유리창도 차량기술기준에 따라 이중 유리창이 설치돼 있지만 고속 주행 시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실제로 2015년부터 5년 간 파손된 고속열차 유리창은 약 660여 건에 이른다. (본지 2021년 8월 11일자 '[기획] 고속열차 1000장 깨진 유리창, 외국선 新기술 도입 "국내선 Stop"' 참조)

 

코레일 관계자는 "기존 유리창의 경우 내측에는 강화유리가, 외측에는 PVB 투명필름을 덧 씌운 강화유리가 설치돼 있고, 내-외측 유리 사이에 공기층이 있어서 외부 충격으로부터 승객을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측에 필름을 덧씌운 방식의 기존 유리창이 1년에 100여 장 이상 깨져나가면서 더 이상 승객의 안전을 보장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운영 효율성도 매우 떨어진다는게 사실로 드러났다.

 

한국교통대학교 권혁빈 교수는 "프랑스에서 최초 KTX를 도입할 때 기후 조건이 다른 우리나라에서 착설현상에 의한 유리창 깨짐이 나타날 것이라 예측하지 못했다"며 "그 당시에도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 소재 유리창 도입을 검토했었는데, 최종적으로는 필름을 붙여서 유리창 파손을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유리창 깨짐 문제를 해결하고자 큰 틀에서 세 가지 방면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일단 운영사에서 차량 기지에 설빙을 녹일 수 있는 장치를 설치했고, 현재 국토부 연구과제로 차량의 하부 형상(구조)을 변경해 설빙이 달라붙는 것을 줄이는 방안도 찾고 있다"며 "이와 함께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의 복층 유리창을 도입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 KTX-산천에 적용된 강화유리 소재 이중 유리창. 지난 5년 간 KTX-산천에서만 약 390장의 유리창이 깨졌다. 유사한 유리창을 적용한 SRT, 호남선 및 원강선 KTX-산천을 모두 합치면 440여 장에 달한다. (=자료사진)  © 국토매일

 

▶ IGP 복층창, 기존창 대비 150배 '단단해', 열차 유리창 깨짐 해결 열쇠

 

골칫거리인 유리창 깨짐을 해결하기 위해 코레일은 지난 2018년부터 2년 간 KTX 및 KTX-산천에 '강화유리-폴리카보네이트 복층 창문(이하 IGP 복층창)'을 시범 설치해 검증작업까지 진행했다.

 

IGP 복층창은 일본에서 최초 개발해 유럽ㆍ미국ㆍ중국 등 전 세계적으로 확대ㆍ적용하고 있는데, 국내에 적용된 기존 열차 유리창 대비 약 150배 충격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IGP 복층창은 외측에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을 사용해 내구성을 끌어 올렸다. 표면에는 실리콘 하드코팅을 하고, 승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자외선 차단을 위한을 위한 특수 처리까지 한다. 내측에는 강화유리를 적용해 객실에서 화재가 발생에 대비했다.

 

▲ 폴리카보네이트-강화유리 복층 유리창(IGP유리창) 구조. 객실측은 불연재인 강화유리를 사용하고, 외측은 충격에 매우 강한 폴리카보네이트를 적용했다.  © 국토매일

 

실제로 강구낙하시험(Falling Ball Impact Test)를 통해 기존 강화유리 소재 유리창과 IGP 복층창의 충격 강도를 비교 실험했더니 결과는 분명하게 확인됐다.

 

강구(Drop Weight) 534g 및 원통형 강구 2080g를 외측 유리창으로 수직 낙하시켜 내측 유리창이 파괴될 때까지 실험했더니, IGP 복층유리창은 204J의 충돌에너지에서도 깨지지 않았지만 기존 복층 유리창은 61J의 충돌에너지에서 내-외측 모두 파손됐다. 

 

산업계에서 흔히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부르는 폴리카보네이트는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고기능성 플라스틱 중 하나로 충격에 강하다보니 유리와 아크릴을 대체해 산업 전반에서 활용되고 있다.

 

'ㅎ' 화학사 관계자는 "폴리카보네이트는 강도가 높으면서 가볍고, 자기소화성으로 유독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 등 장점이 많아 항공기, 자동차, 건축자재 등에 널리 적용되고 있다"며 "특히 내열성과 내한성이 뛰어나 온도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투명성과 가공성도 우수해 전자제품 뿐만 아니라 식품용기, 안경, 여행용 캐리어, TV, 스마트폰 등 일상 곳곳에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시험면제조항까지 있는데...'IGP복층창'에만 유독 까다롭게 구는 '차량기술기준'

 

IGP 복층창은 유리창 깨짐 현상을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선진 기술이지만, 국내에 도입ㆍ적용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차량기술기준'에 대한 해석이다.

 

'차량기술기준'에서 고속철도차량의 화재안전-화재예방 항목(KRTS-VE-Part31-2020 R1)을 들여다보면 "고속철도차량의 차체 외장재와 실내설비 중 내장판ㆍ의자ㆍ통로연결막ㆍ바닥재ㆍ단열재 및 전선은 불연재료 또는 '표4'의 합격기준을 만족하는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예외 조항도 두고 있다. "외장재 및 실내설비의 화재성능 시험은 페인트나 필름 및 코팅을 포함해 실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제작된 시편으로 수행한다. 차체가 불연재일 경우에는 '표4'의 차체 외장에 대한 화재성능 시험을 면제"한다.

 

▲ 고속철도차량 외장재와 실내설비 화재안전기준 中 '표4' 의자 몸체 합격기준. 검사항목은 최대평균 열방출율, 연기실도, 독성지수 등이다. (자료=고속철도차량 기술기준 3.2.4.3. 화재예방 발췌)  © 국토매일

 

▲ 고속철도차량 외장재와 실내설비 화재안전기준 中 '표4' 차체외장 합격기준. 몸체 기준과 달리 화염전파 항목(CFE)이 추가돼 있고, 항목별 기준도 높다. (자료=고속철도차량 기술기준 3.2.4.3. 화재예방 발췌)  © 국토매일

 

▲ 고속철도차량 외장재와 실내설비 화재안전기준 中 '표4' 시험면제 관련 조항(자료=고속철도차량 기술기준 3.2.4.3. 화재예방 발췌)  © 국토매일

 

모 차량제작사 관계자는 "구체(차체)는 기본적으로 금속재질로 불연재이고, 필름ㆍ코팅 등 외장, 그리고 열차 전두부 등도 화재성능시험을 통과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한마디로 차량 외벽에서 불이 나거나 옮겨 붙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차량제작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실상 차체가 불연재이기 때문에 차량기술기준의 예외조항에 따라 IGP 복층창에 대한 화재시험도 면제할 수 있다.

 

하지만 담당 연구기관에서는 "터널 구간 내 화재 발생 시 열차 외부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IGP 복층 유리창의 외측에 사용한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이 차체 외장의 화재관련 '기술기준'에 들어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일각에선 열차 화재 관리에 있어 더욱 중요한 내장재에 폴리카보네이트 소재가 이미 사용되고 있는데, IGP 복층 유리창에만 기술기준을 과대 해석ㆍ적용하는게 아니냐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IGP 복층 유리창에 적용한 것과 동일한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이 철도차량 의자 등에서도 사용된다"며 "승객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열차 화재 시 가장 취약할 수 있는 의자는 열방출ㆍ연기밀도ㆍ독성지수 등 3종의 시험을 통해 기준을 만족하면 되는데, IGP 복층 유리창에 유독 (의자보다) 높은 기준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IGP 복층 유리창의 내측은 강화유리로 돼 있어 불연소재이고, 외측에 객실 의자와 동일한 수준의 화재 성능을 가진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을 사용해 객실내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화염 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군다나 국내 건설되는 고속철도 노선은 해외에 비해 장대 터널ㆍ교량이 많지만 엄격한 화재 기준에 따라 설계ㆍ시공되고 있어 외부 화재 발생 시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다.

 

국가철도공단 관계자는 "특히, 장대 터널의 경우 화재 시 제연 설비 기능을 하는 환기구와 피난 유도등, 일정 간격에 따라 대피통로 및 소방설비 등을 의무적으로 갖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차량제작사 관계자는 "솔직히 객실 안에서 불이 날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에 국내 철도차량기준 중 화재관련 항목도 객실 등 차량 내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차량 외측에서 불이 옮겨 붙는 경우를 가정해 IGP 복층 유리창에 과도한 기준을 충족시킬 것을 요구하는데, 당장 눈 앞에서 유리창이 깨져 나가는 판국에 무엇이 우선인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라고 피력했다.

 

▶ EMU-320 순차 발주 시작 "이대로 가면 새차도 유리창 깨짐 반복"

 

모 운영기관 관계자는 "유리창이 깨져 나가서 차량을 운행시키지 못하면 해당 차량 자체가 영업을 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손실 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최소 2편성 이상의 예비차량까지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결과적으로 유리창을 교체하는데 드는 직접 비용 외에도 수백 억원의 간접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 지난 6월 부산국제철도산업기술전을 통해 공개한 차세대 동력분산식 고속열차(EMU-320.  © 국토매일

 

한편, 코레일은 지난 2016년 차세대 동력분산식 고속열차(EMU-320) 2편성을 시범 발주한 후, 지난 달 10일 수원ㆍ인천발 EMU-320 16량(2편성) 입찰 공고를 냈다.

 

코레일 관계자는 "EMU-320은 앞으로 30년동안 국내를 대표하는 고속열차가 될텐데, 기존의 KTX, KTX-산천을 운영해오면서 발생했던 문제점을 제작사와 충분히 협의하고, 설계ㆍ제작 단계에서 이를 반영하는게 필요하다"며 "새로 제작되는 고속열차에서 유리창 깨짐을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운영사 입장에서 유리창 깨짐에 대한 기술적 해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줘야 할 적기인 셈이다.

 

이미 해외에서 검증된 기술을 두고 국내 기준을 억지로 덧씌우려다 시간을 소비할게 아니라, '예외조항'이라는 카드가 오히려 실효성이 있다는데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권혁빈 교수는 "지난 20여 년간 국내에서 고속열차를 운행하며 얻은 자료를 분석해보면 겨울철이 아니더라도, 그리고 자갈이 아닌 콘크리트 궤도를 달리던 도중에도 유리창깨짐이 나타났다"며 "추후 다양한 기후환경에 적합한 고속열차를 수출하거나 나아가 대륙간 철도연결에 대비한다면 (유리창 깨짐을)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기지에 설빙제거 장치를 설치하고, 차체 하부 형상을 바꾼다고 해서 유리창 깨짐을 모두 해결할 수 없다"며 "비용이 들더라도 폴리카보네이트 소재 복층창을 도입하는 등 다방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운영사 입장에서 승객의 안전과 효율성을 모두 잡도록 최적안을 찾아낼 수 있도록 하는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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