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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철도 비밀노트-10화] 철마가 압록강을 건너다-철도개보수 남북공동 현지조사2

양정규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1/07/20 [08:30]

[북한철도 비밀노트-10화] 철마가 압록강을 건너다-철도개보수 남북공동 현지조사2

양정규 객원기자 | 입력 : 2021/07/20 [08:30]

<국토매일-철도경제 공동기획 특집= 남북철도 봄은 오는가>

반세기 이상 단절되어 온 남북철도를 복원하기 위해 애써 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북측 인사들과 만나 실무협의를 하고 실제로 진행을 맡았던 실무자들의 생생한 이야기,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다양한 비화를 모아 전해드립니다. 남측과 북측이 나눴던 팽팽한 긴장감과 때론 따뜻하고도 찡했던 분위기를 느껴보세요. 매월 둘째 넷째 화요일, 남북철도 복원의 역사 속으로 함께 떠나요! =

 

[국토매일=양정규 객원기자/작가] 2007년 12월 12일. 개성-신의주간 철도개보수 현지조사를 위해 도라산역에 모인 남북공동 조사단은 유난히 매서워진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현지조사를 진행했다.

 

11일 화물열차 정기운행이 시작된 경의선 철도를 이용해 최초로 방북하는 남측조사단은 총괄을 맡은 통일부 김기혁 남북기반협력팀장과 건교부 김경중 남북교통팀장  등 정부부처 관계자와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시설안전기술공단, 한국철도건설공학회, 한국철도건축협회, 현대아산 등 철도분야별 전문가 15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 개성-신의주간 철도개보수 현지 조사를 위한 점검열차는 침대차, 침식차 발전차 3량으로 편성하여 12월12일 10시10분경 북측으로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 국토매일

 

하루 전날 성공적인 화물열차 정기운행 행사를 마친 터라 남과 북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어 있었다.

 

조사단은 개성-신의주 구간(412km)을 철로로 이동하면서 1차로 개략조사를 실시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2008년 초 2차 정밀조사를 추진할 예정이었다.

 

당시 통일부는 2차 조사가 끝나고 나면 사업 추진 방향, 개보수의 범위 등 종합적인 사업 추진 계획을 수립하여 개성-신의주 간 실질적인 철도 개보수를 실시하고자하는 큰 그림을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다음 해 8월에 있을 베이징 올림픽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남쪽에서 올림픽 응원단을 열차를 태우고 북을 통해 베이징까지 갈 계획이 남북정상간 합의에 따라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 북한철도는 대부분 일제 강점기 때 건설하였던 것인데 경제사정이 어려워 보수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땜방식으로 철도가 관리되고 있었다.  © 국토매일

 

남북이 조사단을 꾸리고 현지 조사에 나서게 된 것은 제1차 총리회담과 경제협력공동위원회에서 합의한 경협사업 추진 일정에 따른 것이었는데 도로 관련 조사팀은 이미 개성~평양간 고속도로 개보수 작업을 위한 현지조사에 착수한 터였다.

 

철도뿐 아니라 도로를 연결하려는 노력은 북한의 개혁과 개방 의지를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에 장차 철도와 도로로 수송하게 될 실적에도 관심이 모아지는 분위기였다.

 

민간 차원의 움직임도 활발했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임원 등이 참여한 대한건설협회를 중심으로 ‘민간건설 협력위원회’를 구성, 북한의 도로·철도 사업 진출방안을 마련하는가 하면 철도 분과위원회와 도로 분과위 회의를 잡는 등 건설업체들의 개별적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었다.

 

대우건설의 경우 도로·철도 사업 외에도 북한의 발전소 건설에도 관심을 보였고 당시 남광토건은 대북개발 전담팀까지 두어 철도와 도로는 물론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사업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이러한 건설업계들의 발 빠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투자 환경이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우려 섞인 전망들이 쏟아졌다. 기업들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당국의 선행조치가 필요해 보였다.

 

▲ 북한은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철도중심으로 교통망이 구축되어 있었으나 철도는 시설노후화, 전력난 부족 등으로 수송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  © 국토매일

 

북한의 철도는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일단 시설이 노후되어 있어 수송 능률이 저하된 상태였고, 지독한 전력난을 겪고 있었다. 운송할 화물이 부족하고 생산시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곳이 많았다.

 

북한이 문산~봉동 간 철도화물 수송에 그치지 않고 개성~신의주 간 철도의 현대화와 올림픽 응원열차 운행이라는 고강도의 처방까지 선택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만성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었을 것이다.

 

하루 한 번 화물열차가 정기운행을 시작하게 되긴 했지만 앞으로 남북 사이에 화물열차가 더 증대되고 여객열차까지 운행되는 날이 온다면 남과 북은 경제공동체를 형성하여 통일의 더 굳건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막중한 책임을 떠맡은 조사단이었기에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꼼꼼이 체크하고 확인하려 애썼다.

 

남측조사단에 합류했던 당시 통일부 팀원에 따르면 당시 조사해야 할 북한의 기차역이 몇 개인지 확실히 알 수 없어 출발 전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조사단이 출발 전 찾아낸 일본 자료에서 북한의 철도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자료를 카피해 갔지만 실사와 다를 수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도착해서 실사와 자료들을 비교하여 루트를 찾아가다보니 다행히 크게 다르진 않았다.

 

조사방법은 열차를 운행하면서 육안으로 철도시설물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사하고 북측이 안내한 교량, 터널, 정거장에 대해 도보로 이동하면서 측정기를 이용해 조사하였고 필요한 자료는 현장에서 북측관계자에게 문의하거나 자료를 요구하여 조사를 시행하여 염려했던 것보다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 남측 객차와 북측 객차가 혼합되어 연결된 조사단 열차는 점검구간에 문제가 있는 곳 마다 운행 도중 정차하여 조사를 진행했다.  © 국토매일

 

당시에는 개성공단 물류 운송으로만 만족해야 했지만 실제로 개보수가 진행된 후에는 여행객을 태운 국제열차까지 운행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것이라며 모두 부푼 마음이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은 남한의 선진기술력과 경제적 지원을 더욱 원했던 것 같다.

 

북한은 철도를 중심으로 교통망이 짜여있었다.

 

도로나 해운이 철도의 보조적 수단이라 할 만큼 철도가 핵심 수송수단인 것이다. 화물운송의 92% 가량을 철도가 처리하고 있다고 하니 남한과는 비교가 안 될 수준이라고 판단됐다.

 

▲ 북한에 철도는 혈액이 순환하는 것과 같이 중요한 교통망이다.  © 국토매일

 

장차 철도를 통한 남북교류사업에 철도가 가장 좋은 수단이 될 것은 자명했다. 북한이 철도 개ㆍ보수사업에 매달리는 것도 이러한 환경이 이유이기도 했다.

 

현장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철도 노반은 일부 정밀점검이 필요하나 당장 열차운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교량과 터널은 건설 당시 시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정밀안전진단 이후 계속 사용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였다.

 

궤도분야는 침목이 깨져 있거나 레일 단면이 마모된 것이 많아 열차안전 운행을 확보를 위해서는 긴급 개ㆍ보수가 시급하였다.

 

전기분야는 전력사정이 좋지 않고 노후된 시설물이 많아 전면 개ㆍ보수 검토가 필요해 보였다.

 

신호설비는 남측에서 1970년대 80년대 초에 사용하던 기계식연동장치를 대부분 사용하고 있어 열차운행을 위한 협의는 정거장간 전화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역사 건축물은 일제 강점기 및 1970년대에 세워진 건물이 대부분으로 매우 노후화되어 있어 단계적으로 개량이 필요해 보였고, 차량은 기관차, 객차, 화차의 부족과 노후되어 있어 향후 속도상승 및 선로용량 측면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차량 현대화가 필요해 보였다.

 

그러나 2008년 8월 베이징올림픽 남북응원열차는 당시 북한이 열차를 운행하고 있음을 감안하여 궤도분야에 대한 긴급 개ㆍ보수하여 저속으로 운행한다면 열차 운행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 교량과 터널은 일제강점기때 건설된 것이 그대로 방치된 것이 많아 측면 콘크리트 부식이 심한 것으로 판단됐다.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보수, 보강 범위와 수준, 계속 사용여부 등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 국토매일

 

분단 전에는 남한보다 더 긴 노선을 갖춘 북한이 우리보다 훨씬 더 활발하게 화물운송을 했었다.

 

하지만 남한이 무서운 속도로 선진화된 철도망을 갖출 동안 북한은 거의 반세기 전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실제로 두 눈으로 확인해 보니 노후화된 정도가 심했다.

 

남측과 철도를 연결시켜 운행 할 수 있다는 조건만 만들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경의선 철도 공동이용 가능성에 대해 검토한 결과 궤도 긴급 개보수 후 열차 저속 운행 시 단기적인 열차운행은 가능할 것으로 보였지만 열차안전운행 확보를 위한 선제적인 안전보강 조치가 필요해 보였다.

 

중장기적으로 경의선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전면 개보수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 전철 및 전력설비는 직류(DC) 300V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구신호설비는 10개 역이 계전기식연동장치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나머지는 기계식연동장치이고 완목식신호기를 색등식신호기로 일부 변형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 국토매일

▲ 레일의 대부분은 직마모, 편마모가 심하였으며 차륜의 공전으로 인한 레일 패임 현상과 단척레일로 인한 이음매부가 많아 이음매 볼트 체결상태가 좋지 못하였다.  © 국토매일

 

조사하다가 궁금한 점이 생기면 북측 관계자에게 문의하여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북측에서 자료를 제대로 제공해주지 않을 때도 많았던 것이다.

 

이때문에 실질적인 철도시설 상태조사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북한은 속도가 느릴 뿐 열차를 계속해서 운행하고 있었고 철도에 관한 의존도 또한 굉장히 높았다. 그러한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중요한 숙제는 남북간 긴밀한 협조일 것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변덕스러움과 국내의 정치 상황, 또 국제 정세 등 여러 가지의 변수들이 남북철도의 앞날을 계속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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