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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인천 수돗물 유충 사태를 진단한다

수돗물 유충 유입 경로는 다양, 정수시설 문제만은 아닐수도

박찬호 기자 | 기사입력 2020/08/03 [08:07]

[긴급진단] 인천 수돗물 유충 사태를 진단한다

수돗물 유충 유입 경로는 다양, 정수시설 문제만은 아닐수도

박찬호 기자 | 입력 : 2020/08/03 [08:07]

 

  깔따구 유충(인천시청) © 국토매일


[국토매일-박찬호기자] 우리나라 상수도 관망은 최고 수준의 공급능력 및 품질을 자랑하는 전력망과 비견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5307만명의 인구 중 5265만명이 상수도를 사용하는 등 보급률이 99.2%(2018년 기준)에 달하며, 상수관망 총연장이 22km에 이를 정도로 구석구석 뻗어있다. 한 마디로 여느 선진국 부럽지 않은 수준이라는 의미다.

 

좋은 평가에도 국내 상수도는 두 가지 측면에선 아직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아무리 좋은 수돗물을 만들어도 이를 직접 마시는 비율이 여전히 낮다는 점이다. 우리 국민들은 수돗물에 대해 90% 이상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음용은 꺼린다. 조사 때마다 일부 달라지지만 전반적으로 수돗물을 마시는 비율은 절반 정도(2017년 수돗물홍보협의회 조사)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수돗물을 마신다고 응답한 국민 중에서도 대다수가 음식물을 조리할 때나 커피·녹차·보리차를 마시기 위해 물을 끓일 때가 대다수로, 실제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고 응답한 경우는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의 수돗물 음용률이 9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가 어려울 정도다.

 

애써 만든 수돗물이 낡은 수도관을 타고 이동하면서 10% 가깝게 버려지는 누수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10년 전인 200911.4%이던 누수율은 가장 최근 통계치인 2018년 기준으로 10.8%로 소폭 개선됐다. 하지만 10년 동안 노후상수도 배관망 교체 등 많은 투자에도 불구 여전히 10% 언저리의 누수율을 기록한다는 것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는 2000년 중후반 이후 우리나라 상수도가 외형적인 성장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판단 아래 질적 전환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왔다. 노후수도관 및 노후정수장 교체·신설에 국비와 지방비를 합해 매년 수 조원을 쓰고 있다. 모두 수돗물 음용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누수율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특히 수돗물 음용율을 높이기 위해 서울시의 아리수처럼 생수병에 담아 공급 내지 저렴한 가격에 판매에 나서는 등 정부와 지자체가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많은 비용과 노력이 투입된 수돗물을 다시 끓이거나 정수해서 먹는 이중투자를 줄이기 위해서다. 전국에 광역상수도를 공급하는 수자원공사는 최근 열린 비전선포식에서 수돗물에 대한 국민신뢰를 높여 2030년까지 음용률을 유럽수준인 90%까지 끌어 올린다는 의욕적인 목표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인천지역을 비롯해 강화, 시흥, 화성 등 경기 서부권 일부 가정의 수돗물에서 살아 움직이는 깔따구 유충이 발견되면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환경전문가들은 이번 유충 사태가 수돗물 음용 노력을 10년가량 퇴보시킬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인천에서 붉은 수돗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며 관리부실을 질타했다.

 

인천 일부 지역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상수원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23일 환경부가 밝힌 전국 수돗물 유충 의심민원은 1314건으로 유충 사태 시발점이 된 인천 외 지역에서도 387건의 민원이 잇따랐다.

 

환경부는 722일까지 수돗물 유충 발생으로 의심되는 민원 총 1314건 중 유충은 281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인천에서 유충이 발견된 사례는 232건이며 인천 외 지역에서 유충 발견은 49건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인천 지역 유충이 대부분 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활성탄 여과지에서 깔따구 유충이 번식해 걸러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환경부의 추정대로 정수장에서 활성탄 여과지 유지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원인도 있지만 또다른 원인이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상수원을 정수하는 데는 일반정수시스템과 고도정수시스템이 활용된다. 고도정수시스템에는 오존과 활성탄 여과지가 추가돼 물을 정화한다. 한강수계, 낙동강수계 등 국내 대규모 수계에서는 일반정수시스템으로는 정수 효율을 최적화하는 데 한계가 있어 국내에서는 20여년 전부터 일부 정수장에 고도정수시스템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정수시스템은 상수원을 모으고 침전시킨 뒤 여과를 통해 정화한다. 고도정수시스템에 추가되는 오존은 불순물을 산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유기물이나 미량의 오염물질을 오존을 통해 산화시키는 과정에서 불순물을 없앤다.

 

오존으로 처리되지 않은 불순물이나 산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은 활성탄 여과지가 재차 정수한다. 숯으로 만들어진 활성탄 여과지는 불순물을 흡착하는 역할을 한다. 오존의 산화 작용으로 걸러지지 않는 불순물이나 산화 부산물을 활성탄 여과지가 흡착시켜 제거하는 기술이다.

 

환경부의 추정대로 정수장 수돗물 공급계통의 활성탄 여과지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정수장 유지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을 더 깨끗하게 정화하기 위한 위해 추가된 기술에서 아이러니하게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사유는 더 면밀히 분석해야 하겠지만 정수장의 유지관리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활성탄 여과지의 경우 정수를 위해 물이 들어오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물을 흘리는 백워싱이라는 작업을 통해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미흡했던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했다.

 

여과지를 통과하는 물이 일정한 유량으로 통과해야 하는데 유지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만일 정체 구간이 생긴다면 유충이 번식할 수 있다고 했다. 마치 흐르는 물이 아닌 고인 물에서 유충 번식이 잘 일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설명이다.

 

활성탄 여과지 유지관리 외에도 아직은 알 수 없는 외부 원인이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실제로 환경부는 23일 인천 외 지역 유충 민원 사례 49건에 대해 발견장소와 생물 종류, ·배수지 현장조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49건 모두 수돗물 공급계통이 아닌 외부 요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우선 49건 가운데 화장실이나 욕실 바닥에서 유충이 발견된 비율이 69%에 달한다. 또 깔따구 유충이 아닌 나방파리 유충·파리 유충이 33%, 민달팽이·실지렁이·지네·기타가 37%, 조사중이 30%인 것으로 분석됐다.

 

 

환경부는 깔따구 유충의 경우 성충들이 외부에 받아놓은 물통이나 연결호스 등에 산란해 마치 수돗물에서 벌레가 나온 것처럼 오인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정수장 개방부위(활성탄 여과지), 배수지, 관라파손 부위 등을 통해 수돗물 공급과정에 유입된 깔따구 유충 등이 수돗물에서 발견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보통 정수된 물을 마지막으로 내보낼 때 미생물이 살지 못할 정도의 잔류염소를 추가하는데, 그런데도 유충이 살아서 가정에서까지 검출됐다는 점에서 보다 상세한 원인 규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 관련 기관이 아무리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기술, 그린, 스마트 등 그럴싸한 명칭을 단 상수도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외쳐도 국민이 믿지 못하면 헛일이다. 요란한 구호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현장을 최대한 반영한,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수돗물 관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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