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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정부-서울시 '엇박자' 그린벨트 해제 60% 반대

박찬호 기자 | 기사입력 2020/07/21 [09:44]

[기획] 정부-서울시 '엇박자' 그린벨트 해제 60% 반대

박찬호 기자 | 입력 : 2020/07/21 [09:44]

그린벨트는 우리 미래 세대 자산, 제한 개발하고 훼손 최소화해야
국민 60% 그린벨트 해제 '반대'...靑 입장선회 "확정 안됐다"

 

[국토매일-박찬호 기자] 서울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위한 정부와 여당이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 일부 핵심 사안에 대해 ‘백가쟁명’식 의견 논의 단계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발굴을 해서라도 공급물량을 추가로 늘리라”는 지시에 이어 16일 국회연설에서도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야당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면서 필요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공급대책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잇단 규제에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적절한 타이밍에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정치적·경제적 부담까지 줄이는 ‘묘수’가 나올지 주목된다.

 

이에 서울 그린벨트 해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재건축과 재개발 관련 규제 강화를 추진해온 정부가, 주택공급이 부족하자 신규 택지발굴이 가능한 그린벨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 서초구 등 면적이 넓고 보존 가치가 낮은 개발 제한 구역으로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서울시가 강력 반발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이다.

 

서울 전체 면적의  4분의 1은 개발을 할 수 없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행정구역상 서울은 약 605㎢인데, 이 중 약 149㎢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해댱하기 때문이다. 이외 지역은 이미 80% 이상의 구역에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이 들어섰고, 이를 다시 손보는 재건축·재개발사업에는 최근 규제가 강화됐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전날 수도권 공급해결을 위해 꾸려진 실무기획단의 첫 회의에서 "기존에 검토된 방안과 함께 도시 주변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등 지금까지 검토되지 않았던 다양한 이슈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일 오전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 "협의를 시작하지 않았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것보다 긍정적인 발언이다.

 

서울시는 이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같은날 실무회의 직후 "(그린벨트는) 한 번 훼손되면 원상태 복원이 불가능하다"면서 "해제 없이 온전히 보전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확고하고 일관된 입장이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앞서 2018년 당시에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동일한 문제로 충돌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국토부가 직권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서울시는 유휴부지 등을 개발해 오는 2022년까지 8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지역은 대부분 내년과 내후년 사업승인과 착공을 진행할 예정으로, 주민의견 수렴 등 넘어야할 벽이 넘은 상황이다.

 

또한 대부분의 사업이 소규모 주거단지 개발에 초점이 맞춰졌다. 공공주택이 1000가구 이상이 함께 조성되는 경우는 1만여 가구에 불과하다. 지난 2014년 그린벨트를 해제로 추진된 은평구 뉴타운 사업으로 총 1만6000여 가구가 조성돼 6000여 가구 상당이 공공임대주택 형태로 공급된 것과 규모면에서 비교된다.

 

서울 주택공급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가 논의되면서, 강남권 서초와 강북권 노원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2014년 6월 기준 서울에서 총 51개소(17.2㎢)의 지정이 해제된 사례가 있다. 이들 지역은 임대주택 등 국책사업이 추진되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집단취락이 형성됐던 곳이다. 은평구 뉴타운 조성당시 해제된  진관내동‧구파발동‧진관외동 등 3개소(3.5㎢)도 집단취락이 형성됐던 지역에 속한다.

 

▲ 서울시 그린벨트 현황  © 국토매일

 

최근 그린벨트 지역 가운데선 강남권의 서초구가 언급된다. 개발이 제한된 구역이 약 24㎢로 서울에서도 면적이 가장 넓어 택지개발에 적합한 곳으로 꼽히는 지역구다. 지난 2018년에도 집단취락이 자리한 서초 양재동 식유촌마을, 송동마을, 내곡동 탑성마을 일대는 그린벨트 해제가 요청된 바 있다. 마을 인근에 2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서초·내곡 공공주택지구가 자리하고 농지면적이 높아 보존가치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심지역인 강남구에선 세곡과 수서 등이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이들 지역도 서초구의 경우와 같이 몇년 전부터 그린벨트 관련 논의가 진행됐던 곳이다. 또한 일부 구역이 해제되면서 세곡동 보금자리주택 사업과 수세역세권 개발사업 등이 이뤄진 바 있다. 이들 지역외에도 노원과 은평, 도봉 등에도 10㎢ 이상의 그린벨트가 자리하지만, 산세가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그린벨트를 유지하고 재건축과 재개발 규제를 활성화하자는 방안을 꺼내들었다. 당정과 서울시가 충돌하는 가운데,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가 퇴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여당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 청와대까지 논의에 가세하며 최종 결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7일 오전 KBS 라디오 방송에서 그린벨트 해제 논의와 관련 “당정이 이미 의견을 정리했다”며 모든 주택공급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도 국회 연설에서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해당 지자체인 서울시는 “미래세대를 위한 그린벨트를 흔들림 없이 지키겠다”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가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좀 더 무게를 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그린벨트가 해제될 경우 서초구 세곡동과 강남구 내곡동, 수서역 일대가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된다.

 

반면 여당 내부에서도 “일단 신중하게 그린벨트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변수로 꼽힌다. 섣불리 해제를 결정할 경우 직접적인 효과 대신 정치적 부담만 배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통’으로 꼽히는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택공급을 위한 토지 최적지가 그린벨트뿐인가”라고 비판하면서 “그린벨트를 풀지 않고도 공급할 수 있는 토지가 서울시에 아주 많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과거 이명박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해 조성한 ‘보금자리주택’이 당시 분양가 대비 현재 시세가 2배에서 3배가량 올라 있어, 집값 안정에 실제 효과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라는 반론도 꾸준히 제기된다.

 

재건축 완화 카드 제안한 서울시, 국토부는 ‘멸실 고민’서울시는 지난 15일 개최된 ‘주택공급확대 실무기획단 TF회의’에서 그린벨트 해제 대신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카드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사업 추진이 계속 지연돼 왔던 대치동 은마아파트,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등 주요 정비사업에 용적률 상향을 비롯해 각종 인허가 작업에 속도를 내서 서울 요지에 ‘주택 공급 시그널’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세 단지의 규모만 현재 1만 가구에 달한다.

 

그 밖에 목동 신시가지아파트(2만6629가구)나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5540가구) 등 초기 재건축 단지들까지 정비사업 본궤도에 진입할 경우 웬만한 미니신도시급 이상의 공급 효과가 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기 신도시 중 한 곳인 경기 고양시 창릉신도시의 경우 813만㎡ 면적에 약 3만8000가구 규모로 예정돼 있다.

 

반면 국토교통부 측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 여전히 난색을 표하는 모습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7·10 부동산 보완 대책 발표와 잇따른 언론인터뷰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특히 고민이 깊은 지점은 대규모 멸실로 인한 부작용 가능성이다. 재건축은 공사 기간을 감안하면 필연적으로 3년에서 5년 가량 해당 지역의 멸실을 동반한다. 가뜩이나 현재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대규모 멸실까지 동시에 일어날 경우 ‘전세 대란’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등 2중·3중의 규제가 겹겹이 걸려 있어 단숨에 실타래를 풀기도 쉽지 않다. 섣불리 규제를 풀었다가 인근 지역의 집값만 자극하는 부작용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장 대부분은 각 이해당사자들이 워낙 복잡한 사연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일부 규제 완화가 있더라도 사업 추진에 여전히 변수가 많은 점도 정부 입장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다.

 

“정부 골프장 등 유휴지 활용”·용산정비창 등 고밀도 개발 가능성도=수도권 공급 확대를 위해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최근 의원총회에서 성남 골프장 등 서울 근교에 있는 정부 보유 골프장에 공공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토지보상 등 비용 문제에서 자유롭고 주변 인프라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는 만큼 개발 비용도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도심 고밀도 개발도 주요 공급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이달 말 정부 대책 발표에서 여의도와 용산 등 주요 도심 역세권을 ‘고밀도 주거지역’으로 지정해 용적률을 대폭 높이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역 정비창 부지(약 51만㎡)를 중심상업지역으로 지정해 용적률을 최대 1500%로 높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와 관련, 국토부와 서울시 측은 “서울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모든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용산정비창 관련 내용은) 현재까지 검토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그린벨트 해제 관련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찬반이 분명하게 갈려있는 문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개발과 재건축 규제는 계속해서 강화돼 왔다. (이를 지금 완화하면) 시장에선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내놓은 정부도, 서울 가격이 오르니까 어쩔 수 없이 재건축을 풀어주는 구나'하는 식으로 시장에선 이해를 할 수 있다"면서 "더 이상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신뢰 문제가 깨지면서, 결국 몇년만 버티면 된다는 발상이 나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벨트 풀어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도 좋지만, 당장은 대출 등 규제를 일부 완화해 매물이 나오고 이를 통해 매매가 가능하게끔 일시적으로 대출규제 완화 등의 퇴로를 열어주는 방향으로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미래 세대의 자산인 그린벨트까지 개발하려면 공공성이 확보되는 최후 수단이라는 점을 사회적으로 합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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